‘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 라는 이하늬 작가님 글씨가 따뜻하게 담겨서 도착한 [나의 F코드 이야기].
천성이 ‘우울’이라 이런 류의 책들이 남일 같지 않다.
추천사들부터 깊이 와닿았던 이 책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개념이나 생각에 대한 폭도 많이 넓혀주었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스스로 ‘우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감정이나 행동 외에,
생활에서 드러나는 다른 행동들로 입원을 권할 수 있다고 장창현 전문의가 제시한 내용은 “아차!” 하는 탄성을 나오게 하였다.
그 내용은 이렇다:
_ 장창현 전문의는 “그 밖에 자신도 모르게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입원을 권할 수 있다”며 “늦은 시간에 직장 상사에게 계속 전화를 하거나, 고객에게 욕을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난폭한 글을 올리는 등의 행동이 나타나면 입원을 권한다” 고 말한다 _ p180
이 대목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내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었다. 공허하고 센 말들을 내뱉고 심하게 냉소적인 대화나 표현들로 가득 찬 몇 기억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점들은 희망이 없다고 느꼈었던 때이고 이번생은 망했다고 극단적으로 몰아세우던 시간들이였다. 당시에는 나의 그런 표현이나 생각들도 ‘우울’ 의 한 표현 이였다는 것을 몰랐다. 나중에 기억이 날 때마다 낯 뜨거워서 그 때의 사람들에게는 안부인사도 안하게 되었고 내 자신에 대한 자책만 남았는데, 이 대목을 읽고 나서야 전반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인제야 제대로 인식하고 간접적으로나마 치료를 일부 받은 셈이다.
이런 구체적이지도 않은 내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터부시하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것들에 대한 진단은 더 그럴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이 저자는 해냈고 기자라는 직업답게 자세하고 중심을 잡으며 본인의 경험을 담아냈다. 그 의의는 추천사 2개에 잘 드러나 있다.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팟캐스트 ‘뇌부자들’ 진행, ‘어쩌다 정신과 의사’ 저자> 추천의 말 중에서
_나는 이 책이 너무나 반갑다. 정신과, 정신과 질환,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보면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던 벽이 있었다.
그것은 나와 동료들이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다.
분명 진료실에서 수없이 보고 듣는 실제 경험들을 전달했음에도 ‘그건 네가 의사니까 하는 말이지. 환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자주 만났다.
그래서 기대하고 기다렸다. 당사자의 솔직하고 은밀한 이야기를._
‘우울’ 은 한편 ‘무기력’ 과도 연결이 되는 것인데,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연민보다는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한 저자가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해왔기 때문에 - 자기연민에 빠진다 ㅡㅡ;; - 한편 그 에너지와 관점에 힘을 얻고 나의 대처법을 점검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의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편견을 없애고 치유를 보다 많은 이들이 받기를 원하는 마음, 지금까지 잘못된 대처를 하고 있던 이들에게 건강한 안내를 하고 싶었던 마음....
마지막으로 내가 가져가는 한 문장은 저자의 한마디다.
_“나 봐. 우울증이라고 해서 매일 무기력하고 죽고 싶은 건 아니야. 다만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자주 해. 그래서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 너무 우울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채우려고 해. 나는 청소하면 잡생각이 안 들거든. 그것도 안 되면 그냥 침대에 누워 있지. 며칠 그렇게 있다 보면 괜찮아져. 안 괜찮으면 병원에 가서 비상약 받아오고 .....”_ p190
우리네 삶이 뭐하나 특별난 것이 없겠지만 또 특별하지 않는 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의연하게 흘러 보내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_자살하려는 이들은 생명이나 일상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많다. 우울증을 겪는 이들 상당수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다._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