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기다려온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이번에는 백석 시인의 이야기였다.
시인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흰 당나귀와 나타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시 제목 뿐이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시인의 절망과 고뇌가 잘 느껴졌다.
특히 상허 이태준에 대해
기행이 느끼던 감정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p.130
간판 옆에는 그즈음 어딜 가나 붙어 있던 포스터 한장이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마치 숲속에 숨은 여우의 눈처럼. 거기에 어떤 붉은 눈동자가 있어 기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쓰지 못하는 것이오? 쓰지 않는 것이오?
라는 물음에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기행.
창작부진 때문에 자백위원회에 소환된 기행에게
당은 동무는 쓰지 않는 것이라고 몰아붙인다.
전쟁의 광기가 남아있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쓰고 싶지 않은 것들을 강요당하는 기행이 느꼈을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놓지 못하는 기행의 마음들이
소설 내내 잘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