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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DVD] 와일드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와일드 (Wilde, 1997) , 스티븐 프라이, 주드로 주연.

이 영화를 보면, 오스카 와일드의 스캔들을 다룬

연극 <유다의 키스>가 오버랩된다.

 

영화에서는 스티븐 프라이가 맡은

오스카 와일드가 좀 답답한 면이 있는데

연극 <유다의 키스>에서는 영화보다 능동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와일드>에서 주드로가 맡은 역할은

오스카 와일드의 연인 보시.

주드로의 보시는

오스카 와일드를 등쳐먹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얄밉다.

(그를 정말 사랑하기는 했을까?) 싶을 정도로..

 

스티븐 프라이가 연기하는

늙은 오스카와일드는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천재라 추앙받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여

가정까지 잃게 된 남자, 오스카 와일드.

 

'와일드'는 그의 삶을 잔잔하게 조명해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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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관련 연극 ((** <유다의 키스> 국내 초연(2004년) 당시 리뷰))

 

<유다의 키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던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연인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라스 경의 아버지가 그를 고발하면서, 명예가 실추된다.

연극은 오스카 와일드가 재판에 회부된 이후부터 시작된다.

1막에서 로비는 오스카 와일드의 연인인 보씨에게 오스카가

영국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나 보씨는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 오스카 와일드를 붙잡는다.

로비는 오스카 와일드에게 지금 떠나지 않으면 형벌을 받게 될 거라고 계속 설득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떠나기 전에도 식사할 시간은 충분히 있지 않느냐면서,

식사를 주문하는 데 마치 그것이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은 이미 보씨가 오스카 와일드를 떠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연 제목이기도 한 <유다의 키스>는 바로 ‘배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로비의 대사를 통해 보씨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로비는 보씨가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위해, 오스카 와일드를 이용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보씨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오스카 와일드를 떠날 거라고 충고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만찬을 지켜보는

로비는 바로 예수를 지키고자 애썼던 베드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나는 로비의 낮은 어조 속에 감추어진, 격렬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로비의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사랑은 전폭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관객들은 다만 로비의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감정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암암리에 짐작할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애쓰는 로비지만 그 사랑이 오스카 와일드에겐 또다른 고통이 된다.

로비는 오스카 와일드에게 끊임없이 도덕적인 충고를 하기 때문이다.

1막에서는 보씨와의 관계를 끝내고 망명할 것을 요구하며, 2막에서는 아내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제도 속에 갇히길 거부했던 오스카 와일드에게 다시 제도 속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끝끝내 로비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는 어디에도 갇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규범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그 때문에 큰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는 2년동안 실형을 받고 추방되지만 나폴리에서 계속 보씨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오스카 와일드가 마냥 행복해보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든 사랑의 뒤에는 이별의 수식이 붙는다.

보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오스카 와일드의 관계를 끝내려고 한다.

 

1부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졌던 오스카 와일드의 내적 갈등은 2부에서는 좀더 치밀하게 그려진다.

젊은 보씨가 갈릴레오라는 새 애인과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이 문득 늙었다는 것을

깨닫는 오스카 와일드. 2년 동안의 옥살이는 그에게서 명예와 재능 모두 앗아갔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할 때 오스카 와일드의 감정은 최고조로 격앙된다.

 

“나에게 가정은 부부 침실이 아니라 아이들 방이었어.

내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아빤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

 

사회에서 거부당한 오스카 와일드는 끝내 가정에서도 거부당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회를 거부한 오스카 와일드가 가족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가족은 사회의 최소 단위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모든 고리에서부터 자유롭게 싶었던 것이다. 오

스카 와일드가 믿었던 것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이다.

 

“일상의 세상은 덧씌워져 있는 거야. 우린 희미하게 세상을 봐. 사랑할 때만 우리 진정한 사람을 볼 수 있어. 인간의 진실은 사랑을 통해서만 볼 수 있지. 사랑은 환상이 아냐. 인생 이 그렇지.”

 

그러나 그가 믿었던 사랑마저 그를 배신하는 순간이 온다. 보씨는 오스카에게 자신이 성 도착증 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남자를 사랑했던 순간은, 소년이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일종의 성장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보씨를 붙잡지 않는다. 그리고 대신 키스를 청한다.

“넌 나의 용서를 청할 때가지 결코 자유롭지 못할 거야. 키스해.”

 

보씨는 오스카 와일드에게 두 번 키스를 한다. 사촌과 도망칠 때 1막에서 했던 키스.

그리고 늙은 오스카 와일드를 떠나려는 2막의 키스. 그것은 이별과 배신의 정표다.

 

보씨는 가족과 제도 속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수를 배신한 것이 예수가 잘 알지 못했던 이방인 유다가 아니라 그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요한이었다면, 성서가 훨씬 더 진실됐을 거라고 말한다.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당한 오스카의 심정을 잘 나타낸 대사이다. 보씨마저 떠난 오스카 와일드는 쓸쓸하게 바다를 바라본다. 그러나 오스카는 자연이 자신을 감싸줄거라 믿는다. 모든 인간관계가 끝나버린 마지막 순간에도, 자연은 오스카의 곁에 있는 것이다.

 

<유다의 키스>는 제도의 틀을 거부하고 살아간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생애, 그리고 예술 혼을 다룬 작품이다. 동성애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이 가져다주는 황량함을 그리는데 더 중점을 두었다.

 

무대와 음악은 등장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었다. 조명을 이용하여 마치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무대 연출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나타냈다. 무대 위의 간단한 소품도 황폐한 사랑의 그림자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배경음악 또한 배우들이 빚어내는 쓸쓸한 정서와 잘 맞아떨어졌다.

 

<유다의 키스>는 상당히 정적인 연극이다. 등장인물들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그 갈등의 양상이 대화를 통해 드러날 뿐이다. 배우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무대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극 중 막강한 갈등의 축을 구성하고 있지만, 1막의 콘스베리 후작이나 2막의 콘스탄츠 같은 인물들은 무대 위에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정제되어 있는 무대만큼이나 배우들의 움직임도 간소하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사랑에 관한 행위를 할 때다.

 

그밖에 영화의 문법을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적인 기법도 도입되었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스크린의 자막을 이용해 스토리를 요약해준다든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서양의 명화들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시도는 매우 신선해보였다. 또 2막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독백을 교차 편집하여 등장인물의 상황과 내면 심리를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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