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연극을 보고 나서
시간이 훌쩍 지난 다음 희곡으로 <갈매기>를 읽어보았는데
모든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이 되어서
한동안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작가지망생의 뼛속깊은 좌절과
여배우 지망생의 비루한 현실과 성공에 대한 갈망, 파멸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이상과 희망....
이 모든 게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 있었다.
희곡은 연극 상연을 전제로 쓰여지는 글인데,
이미 연극을 보고 난 뒤에 읽어서 그런지
더 몰입이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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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예술의 전당 공연 당시에 작성한 연극 '갈매기' 리뷰))
러시아의 유명한 연출가인 지차콥트스키가
연출한 체호프의 ‘갈매기’는 배우들의 연극과 무대 미술, 그리고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공연이었다. '갈매기'는 삶을 관통하는 사랑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갈매기'는 작가 지망생인 트레플레프, 그의 어머니이자 유명한 여배우인 아르카지나, 그녀의 애인인 소설가 트리고린, 트레플레프의 사랑을 받지만 트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 니나 등 10명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엇갈린 사랑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젊다는 것은 때론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니나에 대한 사랑과 자기 자신의 재능에 대한 끊없는 의심이 트레플레프를 고통스럽게 한다. 니나는 성공을 갈망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유명한 배우가 되기를 원한다. 니나는 유명작가인 트리고린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트리고린과 트레플레프는 둘다 작가로서 명성을 얻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트레플레프는 니나를 트리고린에게 잃고 괴로워한다. 트리고린은 니나와의 사랑이 자신이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순수한 사랑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니나와 트레플레프 그리고 트리고린 사이의 엇갈린 사랑은 트리코린이 트레플레프와 니나의 마을로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트레플레프는 트리코린이 다가올 때 니나의 표정을 보고 “당신은 태양이 다가오기 전부터 미소를 짓는구려”라며 질투를 한다. 소박하고 순진하게 보이는 트리고린은 낚시에만 빠져있다. 니나는 유명 작가로 살아가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트리고린은 자신은 늘 써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 작품이 끝나면 또 다음 작품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떤 것을 보더라도, 어떤 것을 느끼더라도 또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더라도 트리고린에게 있어 그 모든 행위는 쓰기 위한 전제 조건일 뿐이다. 일상 생활에서 취하는 모든 행동들이 단지 예술을 위한 1차적 조건일 뿐이라면 과연 그 삶은 행복한 삶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갈매기'에서는 호수 주변에 갈매기가 있다는 상징적인 암시가 등장 인물들을 통하여 보여진다. 호수를 떠날 수 없는 갈매기, 그리고 죽음의 색인 흰색을 상징하는 갈매기는 등장 인물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상징물이다.
트레플레프는 트리고린에 대한 질투와 자기 자신에 대한 비관 때문에 갈매기를 쏘아죽인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이 갈매기처럼 죽을 것이라고 한다. 트레플레프의 이 대사는 파국을 맞는 결말 부분에 대한 일종의 복선적 역할을 한다. 트리고린은 호숫가를 배회하던 니나를 만나게 되는데, 트리고린 또한 복선적 역할을 하는 대사를 남긴다. 어느날 한 청년이 갈매기가 있는 호숫가를 배회하는 한 처녀를 만나게 되고, 그 처녀의 순수함에 이끌린 청년은 단편의 소재감을 생각해낸다. 청년은 처녀를 파멸시킨다. 1막에 나오는 이 대사는 결국 2막부터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니나의 생애에 대한 암시이다. 트리고린은 니나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까지 하지만 결국 니나를 버린다. 발랄하고 청초한 처녀였던 니나는 유명 배우로 살아가겠다는 꿈도 이루지 못하고 3류 배우로 살아간다.
그녀는 실패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결국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작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세계를 얻지도 연인의 사랑을 얻을 수도 없었던 트레플레프는 자살하게 된다. 트레플레프가 자살하기 전 니나가 다시 트레플레프가 극본을 쓴 연극을 공연하는데 이 지점부터 트레플레프가 자살하는 지점까지가 연극의 절정이다.
처음에는 우습기만 했던 니나의 독백이 나중에는
쓸쓸한 느낌이 묻어나는 무대 장치와 비애가 서려 있는
음악 때문인지 엄숙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