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연출이 매우 멋져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원작 소설이 어떻게 무대화 되었는지
매우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원작 소설을 읽을 때는 크리스토퍼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에,
크리스토퍼가
행동 장애가 있다거나 하는 식의 설명이 나와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연극에서 크리스토퍼의 불안과 행동 장애를
무대에서 시각화 , 청각화 해서 보여주니까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런 아이를 늘 곁에서 보살펴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도 더 이해가 갔고.
크리스토퍼가 자신의 추리 과정을 쓴 책은
(누가 시어즈 부인의 개 웰링턴을 죽였는가?)
시오반 선생님이 낭독하기도 하고,
크리스토퍼가 직접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
조연 배우들이 앙상블이 되어
과거 장면을 회상해주기도 하고,
크리스토퍼의 꿈을 연출해주기도 한다.
크리스토퍼는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데,
크리스토퍼가 이 꿈을 말할 때
앙상블들이 하나의 별들이 되어 천체를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는
해변의 풍경의 일부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때 무대배경은
3차원 홀로그램이 사용되는데
2층 좌석에서 내려다보면,
이 3D 무대 효과들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
낯선 사람들을 싫어하는
크리스토퍼의 불안한 심리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과 현란한 빛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크리스토퍼가 아빠의 현금 카드를 훔쳐서 돈을 뽑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현금 인출기를 배우들이 하기도 한다.
(배우 두명이서 입에 카드를 물고, 그 옆에서 다른 배우가 돈을 세어
크리스토퍼 배우에게 건네주는 식의 재치있는 연출도 있고.
이렇게 배우가 소품으로 활용되는 방식도 재미 있었다)
크리스토퍼가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는
숫자를 외우는데,
폭발하는 숫자의 제곱을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것도
매우 멋졌다.
커튼콜 때도 무대 연출이 빛을 발한다.
크리스토퍼는 A레벨 수학 시험에서 A스타를 받는데
이 문제 풀이 과정은 커튼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연극 본 공연의 대사량과
(엄마가 어떻게 심장마비로 죽었을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대사 분량만 해도 엄청난데)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도 만만치 않다.
움직임도 엄청나게 많은데
(1막 후반부에서
기차 레일 까는 것까지 앙상블의 도움을 받아
크리스토퍼 배우가 다 하더라는..)
커튼콜까지 크리스토퍼의 목소리로,
수학 문제의 증명 과정을 알려준다.
크리스토퍼 배우가 문제 풀이를 할 때
나는 노란색을 싫어하니까 다른 색의 사각형을 달라고,
요구하면, 바로 다른 색깔로 사각형이 바뀐다.
원작 소설이 이렇게 멋지게 시각화 되다니.
(원작의 캐릭터와 줄거리는 충실히 가져왔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15세 자폐증 소년의 혼란스러운 내면 심리는
3D 무대 효과를 빌어, 아름답게 표현했다.)
황홀한 무대 연출 덕분에 눈이 호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