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은 송강호의,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영화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의 송강호라는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영화의 서사는 관객들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관계성은 사실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되었다.
이정출과 김우진, 이정출과 정채산.
그들은 왜 그렇게 서로를 쉽게 믿는지,
머리로는 납득이 잘 안되었다.
하지만, 송강호라는 배우의 눈빛과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가슴으로는 이해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이정출과 김우진, 정채산은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만들었다.
이정출의 모델이 된 사람은 황옥 경부.
김우진은 의열단원이었던 김시현,
정채산은 의열단장이었던 김원봉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만든 만큼
조금더 긴장감 있는 서사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배우들의 연기로 시나리오의 빈틈을 커버한 것은 매우 아쉽다.
특히, 의열단 내부의 밀정(조회령)이 밝혀지는 순간이 다소 엉성해보였는데
감독이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몰라도
영화 속에서 김우진과 의열단원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김우진이 의열단원들, 개개인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던 영화다.
모든 연기가 다 좋았지만, 고문씬과 법정씬은 특히 이 영화의 백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