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인 <아수라>는 매우 좋은 제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형사 주인공인 한도경이 안남시장인 박성배와
검사 김차인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모두가 피범벅이 되어 죽는 엔딩 장면은 그야말로 '아수라'판이었다.
오프닝씬도 좋았다.
한도경이 자신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을
자신의 정보원인 작대기에 뒤집어씌우는 장면을 보고
앞으로의 전개가 매우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 장면이 뒤에가서 한도경을 옭아매는 올가미로 쓰이긴 했지만
누구나 예상가능한 수준의 전개였고,
결정적으로, '아수라판'이었던 마지막 엔딩에 이르는 과정은 너무 지루했다.
그래도 한도경이 형제처럼 아꼈던 문선모와 틀어지는 과정은
납득하려면, 납득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문선모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너무허무했고,
김차인과 박성배가 죽는 장면도 납득이 잘 안되었다.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인 만큼 매우 기대했던 영화였는데
배우들이 캐릭터에 소모된 느낌이었다.
김차인 검사도 박성배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란 건,
영화를 보면서 느끼긴 했지만
(수사관을 시켜 한도경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라던가)
영화에서 김차인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으니
검사쪽 라인에 몰입을 잘 할 수가 없었고,
그에 비해 박성배쪽은 정말, 정상이 아닌 인간, 악의 근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건 오로지 배우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질감에
의존한 결과였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이해가 안되었던 건 사실 한도경이지만.
한도경은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면 쥐고 있는 인물인데,
아수라 판에서 빠져나오고 싶다고 하면서도 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그래도 주인공이라고 마지막에 난입해서 총질을 하는데,
아무리 정우성이라지만, 캐릭터에 이입을 할 수가 없으니
여기서는 정우성 효과가 발휘되질 않았다.
그야말로 영화는 아수라판이다.
그래도 별 두개인 까닭은,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초호화 캐스팅에 공들인 노력을 높이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