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한 고독을 말하다 ㅡ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설 연휴였다 . 연휴 시작일도 정작은 모르고 있다가 메시지 알람을 보고 들어온 인삿말을 보며 연휴가 됐구나 , 그랬다 .
요즘은 또 그분이가 오셔서 울적하고 무기력하다 . 조증상태의 나도 위험하지만 울증상태의 나도 별로 좋진 못하다 . 이럴 땐 아무리 좋은 책도 글자일 뿐 , 영혼을 사로잡지 못한다 . 나의 책읽기 에너지 원은 어떤 책이라도 그 책이 좋은 나만의 이유를 찾는다는 건데 ,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글은 검은색이요 종이는 흰색이라 따위가 되버린다 . 그냥 마냥 매사 심드렁이 만수산 칡덩굴처럼 얽혀 천년 만년 살고지고 하자 그런다 . 그러니 대놓고 검은 것은 글이요 , 흰 것은 종이라 ㅡ는 것을 멀찍하니 떨어뜨려 놓는다 .
그러곤 또 심드렁하니 , 이 영화 저 영화를 무료로 볼 수있는 Uflix 나 뒤진다 . 어차피 화제의 영화는 , 못된 망아지 버릇 때문에 바로 보지도 않으니 그딴 건 필요 없다 . 나는 늘 박자를 놓쳐 영화를 보곤 하는데 그게 딱 좋다 . 그 어차피에 걸린 영화엔 이미 본 영화도 있고 본 줄 알았는데 출발 비디오 여행 효과 때문에 스토리를 대강 알아 본 줄 착각하고 있는 영화도 부지기수 . 그러니 호기심이 나면 다 본다 . 그리고 연휴하면 시리즈지 . 이번 나만의 시리즈는 톰 크루즈 였다 . 지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봤는데 그가 나온 영화가 또 뭐가 있나 살펴보다 기억이 희미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고 . 그리고 아무리 다시 돌려봐도 도저히 , 도무지 , 세월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희대의 띵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까지 재감상 .
이 영화는 무려 , 내가 고딩때 나온 그런 영화다 . 내 나잇살만큼 영화도 늙어주고 촌스러워져 줘야 하는데 우라지게 잘 만들어서 이 영화는 뱀파이어처럼 징글징글하게 늙지도 않는다 . 빛바랜 구석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 더욱이 톰 크루즈의 미모를 박제시켜 놔주기까지 해서 어찌나 흡족한지 . 흐흐흐 ~ 이 영화의 흠을 찾으라면 그건 너무너무를 제곱으로 놓아도 부족할 만큼 잘 만들었다는 거 하나 ! 둘은 인간력 16세 설정으로 나온 안토니오 반데라스 정도 ? 그 얼굴에 16세 설정이라늬 ~ 그치만 그는 어차피 400년 내공의 뱀파이어니 겉늙었다고도 폭삭 늙었다고도 말할 수 없지 . 암 ~ 그런 건 흠도 아니지 .
더해서 영화 리뷰들을 찾아 읽는다 . 읽기에 지쳤다면서 이런 건 또 재미지게 읽힌다 . 뭐 , 이런 변덕~ ㅋㅎㅎㅎ 시대가 변하면서 시간의 흐름따라 리뷰 해석의 흐름도 조금씩 변하는 게 보인다 . 어느 시기엔 이 하나의 영화를 보고도 동성애코드 가득 쿼어 영화 ~ 어쩌구 하는 리뷰들이 줄을 잇다가 또 어느 시기엔 빵아저씨 ( 응? 빵? 아...브레드피트!) 톰아저씨 농담이 줄을 잇는다 . 이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때만큼 찬란하게 아름답지 않고 , 젊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 영화로 영생을 얻는 셈이 된다 .
많고 많은 해석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동의하고 ( 어 , 보감!) 만족하는 해석은 인간이나 , 미스테리한 저 뱀파이어물로나 결국은 다 같은 고독을 말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 극 속에서 루이가 가진 인간성을 놓고 래스타트에 대해 누군가 동성애 코드로 말할 때 특히 반발처럼 그 생각은 또렷해졌다 . 쿼어물로의 영화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 그 보다 한 차원 더 포괄을 넓혀서 인간 대 인간 , 혹은 외로움을 아는 뱀파이어 대 뱀파이어로 이해하고 싶었다는 거다 . 종과 종 간의 이해 영역이랄까 . 레스타와 루이의 사무친 고독은 절해고도에 남겨진 단 둘뿐인 개체라는데서 온다고 나는 이해했다 . 분명 뱀파이어는 그 둘 말고도 더 있긴 했지만 , 인간이 가진 집약된 시간의 잔혹한 유한을 이해하는 자들로서의 슬픔 . 그 농축된 시간을 잊지 못하고 몸에 새긴 기억처럼 살아내는 자들의 슬픔 . 그것이 그들의 징글징글한 고독과 맞닿는다고 말이다 .
영화에서 루이는 레스타를 뚝 떼어 놓고 사는 듯 혼자여도 혼자가 두렵지 않은 존재로 그려진다 . 반면 레스타트는 그런 루이에 더 집착을 하게 되는데 그가 집착할 수록 더 상처받고집요해지는 면에선 , 저 혼자 자라고 소멸되는 사랑의 습성을 비슷하게 보기도 한다 . 더 오래 살아봐서 혼자라는 것에 사무친 레스타의 괴물성 . 거기에 무릎 꿇지 않는 루이의 독립성 . 연민만 남은 관계의 지지부진함과 환멸 . 오래 사는 그들도 시간의 길이로 인한 삶의 치열함만 다를 뿐 결국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읽고야 만다 .
아 , 괴물성 어쩌고 하다보니 요즘 한창 뜨거운 괴물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 저 뱀파이어들은 길다랗게 늘여진 시간을 어쩌지 못해 괴물처럼 분류되 괴물로 산다지만 , 유한성을 가지고도 , 특히 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사는 어떤 괴물들은 대체 뭘 이유로 괴물이 되었나 하는 천박한 호기심이 심각한 질문처럼 들고마니 어쩌면 좋나 . 나도 징글징글하게 이 순간이 고독한 모양이다 . 쓸데없고 쓸모없는 생각을 괴물에 대해하다니 , 차라리 영화 속 고통을 아는 듯 보이는 괴물들이 더 나은지도 모르는데......
아 , 그러나 저러나 징글징글하게 좋은 고독 심화 深化 영화이다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