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을 싫어한다 . 나의 아침이 싫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오래전부터 아침이라 정해 놓은 시간을 싫어하는 것이다 . 그 시간은 내게 있어선 가장 단 잠을 누리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 남들처럼 사는 게 , 다 똑같이 도는 운동장 안돌면 어디 모자란 사람 같으니 애를 쓰지만 그런 애씀도 지겨워진지 오래다 . 이젠 해야하면 하고 안해도 되면 안하고 싶다 . 무리해서 내 몸 혹사해가며 돌아오는 것이 성취감도 아닌 피로감과 좌절이면 왜 해야하나 싶어서다 .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 월요일에 나는 엄마 가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어야 맞는데 일주일만에 몸의 붓기가 가시고 발에 뼈가 드러나고 신발이 맞춤맞자 , 또 다시 부으러 가는 셈이구나 싶어져 맘이 울적해졌다 . 일주일 휴식은 넘나 짧았던 것이다 . 이불 빨래 몇번 하니 후딱 지나간 한 주였다 . 비까지 오시고 해서 . 헌데 오늘 우중충한 이른 오전 엄마 전화가 날 깨웠다 . 엄마의 말은 한번 걸러 들어야 하는데 , 또 생각없이 ( 응?) 받아들여 버렸다 .
이모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 엄마는 큰 예약 두건이 잡혀 바로 못가니 나더러 먼저 가 있으라는 말이었다. 한번 더 생각했으면 돌아가셨는데 , 예약때문에 못 오신단 말이 지금 돌아 가신 건 아니란 뜻으로 들었어야 하는 건데 미친 년 속치마 뒤집어 입듯 정신없이 쫓아오니 , 열이 높고 오래 못드셨고 , 빈사에 가까운 건 맞지만 총기는 지난 번 때와 같으셨다 . 나를 알아보시기까지 하고 . 덕분에 한시름 놨지만 , 가만 생각하니 엄마는 나더러 이모 임종을 지키라는 뜻였다 .
지키라하면 못 지킬 일은 아녔지만 , 엄마는 이런 면에 가끔 가혹하고 잔인하다 . 나는 이미 오래 앓던 아버지를 보낸 전력이 있다 . 그것도 혼자서 . 그래서 죽음이란 것에 낯설진 않지만 , 내가 받을 심리적 상처는 안중에 없는 엄마가 좀 밉다. 삼촌도 아니고 다른 이모도 아니고 오빠도 아니고 왜 , 나란 말인가 ? 그럼 넌 글을 쓸거라며 , 이런 걸 봐둬서 공부로 해두면 좋지 뭘그래 . 그걸 엄마 말로 듣는 건 어쩐지 심각한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 들고 만다. 엄마란 사람은 참 모르겠다 . 날 뭘로 생각하는건지 . 내가 윤을 생각하듯 이상하고 기이한 생물쯤으로 여기려나 ?
3인실에서 이모는 독실로 옮겨졌다 . 자주 맥박 체크를 하고 간병인들이 다녀간다 . 최대한 내게 편히 있으라 하지만 병원이 편할리가 . 열이 오후 들어 좀 내렸고 숨 소리도 좀 거친 것이 가라앉았다 . 혼자이지 않은 걸 느끼셔서 그런지 모를일이다 . 뉘엿 기우는 햇살을 양쪽으로 받으며 길게 논밭이 난 도로를 산책삼아 걸었다 . 여름 한 날이라면 앉은 자리 땀띠가 나도 꿈쩍 않았을 건데 살랑 부는 바람이 마냥 부드러워 보여서 400 km를 걸었다 . 병실에 돌아오니 이모는 낮은 코를 골며 잠들어 계시고 방을 비춰던 햇살도 자락하나 남기지 않고 물러 갔다 .
오늘은 여기서 기숙해야 할 모양이다 . 내일의 햇살을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