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가쉽을 다루는 영화인가보다 하고 틀어 놨다가 다른 일을 동시에 하느라 집중력을 잃는 바람에 내용을 제대로 흡수 못하고 지나쳤던 영화였다 . 다시 찾으니 어찌된 일인지 무료보기가 안되고 검색에 뜨지 않아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며칠 전에야 다시 보게 되었다 .
요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과 재판으로 사회 톱 뉴스가 시끄러웠다 . 내가 일하는 사무실의 평균 연령은 웃기게도 얼마 전 리뷰를 한 , < 평균 연령 60 세 ㅡ 사와무라 씨 댁...> 쯤 될까 ? 거기서 내가 가장 막내이다 . 그러다보니 사회 이슈에 대한 시각이 나와는 첨예하게 다르다 . 회사의 어른들은 굳이 언니라고 부를 것을 청하기에 그리 부르고 있지만 , 사실 엄마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연령차가 있다 . 세대차가 크다보니 좋은 점도 있지만 사회적인 뉴스를 이야기 할때는 나는 성난 조개 마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 성질대로 말을 하면 우린 분명 싸우게 될게다 . 그리고 편을 먹고 싸우면 나는 혼자여서 골리앗을 상대해야하는 사태가 될게 뻔하다 .
이재용 부회장은 , 경제인이고 삼성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재벌기업이니 봐줘야 한다는 어르신들 . 5.18 민주화 운동 재거론은 지금의 문통이 인기몰이로 하는 언론 플레이니 그만 봤음 좋겠다는 이야기 , 세월호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이제 그만 떠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
하지만 그 말의 골자를 들어보면 , 대게는 누군가 댓글로 달아서 퍼나른 듯한 뻔한 말이 다여서 속이 상한다 . 자신의 생각으로 이러 저러하니 이렇다가 아니라 ,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옳겨 놓는 모습을 자신의 생각인냥 착각하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있는 걸 보며 이따금 나는 한마디씩 돌멩이를 던진다 . 언니 , 맨날 국민 연금 얼마 받나 ? 그거 계산하고 따지고 있잖아요 ? 그 국민연금가지고 장난한 사람이 삼성 이재용이면 어떻할건데요 ? 그래도 풀어주는게 맞아요 ? 하는 식으로 ... 질문만 간간히 던지고 있다 .
이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는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라는 보스턴 글로브 내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오래 전에 자신들이 그냥 간단하게 지나쳐 보낸 카톨릭 신부들의 성추행 사건을 되짚으며 마침내 진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 대사건임에도 어찌나 시선처리를 담백하게 해내는지 , 그래서 더욱 그 화면들이 다큐보다 더 다큐같이 와닿았던 것 같다 .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 자신들이 기사에 냈다는 사실조차를 잊고 있던 문제이고 , 그 당시엔 그 사실이 문제로 다가오지도 않았을 만큼 사소하게 치부했던 카톨릭 교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은 이제 파헤칠수록 끔찍하게 커져서 최초 7여건으로 시작한 증거가 90여건의 진실이 되어 돌아오는 걸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하며 바라보게 된다 . 왜 ? 이제 자신들도 가정이 생기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 사회적인 문제가 남의 일일 수 없게 된 게 아닌가 ㅡ 나는 그 장면을 그렇게 읽었다 .
그렇기에 사실 확인을 조사하던 팀의 기자는 바로 가까이에 옛날 문제의 신부가 있던 기구가 그대로 있음을 확인하곤 갈등을 한다 . 비밀리의 추적이기에 발설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상담기구 , 혹은 교회에 아이들을 그냥 보내도 과연 괜찮은 건지 , 확신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장은 보스턴의 유명 하고, 전통 있는 자신의 모교에도 방문 , 이 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교장을 찾아가는데 , 거기서 증언처럼 말한다 . 한 친구는 지금 잘 성장해서 가정을 두고 아이들도 있고 번듯한 직장에 훌륭한 가장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만난지 20여분 만에 무릎을 꿇고 무너지며 , 하키 팀의 코치에게 성적 학대를 받던 사실과 함께 왜 그때 자신이었어야 했냐며 울었노라 , 고 말한다 . 우리 모두 그 피해의 당사자 일수 있었는데 우리는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 자신도 예전에 올라온 기사의 증거를 그냥 한 조각 뉴스로 내보내고 파헤쳐 볼 생각도 못한 때가 있었다고 고백을 한다 .
양심을 거스르는 세월의 부메랑은 이렇게 생존자란 이름으로 되돌아와서 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잔상을 깊게 남긴다 .
처음 , 회사에서 내가 이 말도 안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개와 치를 떨던 시간을 생각하면 , 아 , 정말 같은 공기 마시기 싫다 . 그런 생각 까지도 했었던것 같다 . 그런데 지금은 왜 ? 어째서 ? 저들은 저들의 잘못된 세월을 인정할 수 없는가 생각해보니 , 나라면 어떨까 ? 입장을 바꿔 보니 , 그 심정이 아주 모를 종류의 정체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 그들이 살아온 삶 , 어쩔 수 없었던 지점이거나 살아야해서 , 그 길 밖에 없어서 열심히 살아온 날들일 뿐인데 이제와 누군가 그것이 송두리째 틀렸노라 말한다면 ... 심한 저항이 올 수 밖에 없겠구나 . 하는 당연한 깨달음 . 그러니 부정하고 싶을 수 밖에 , 얼른 무서운 진실은 지나가게 만들고 싶을 수 밖에 ...
그래서 이젠 나도 조금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 이 어른들이 나를 견디듯 (새파란 후배의 시선은 자신들을 쫓아오는 무엇일 테니 ...얼마나 싫을까 !) 나도 그들을 기꺼이 견딘다 . 괜찮다 . 괜찮다 . 하면서 ... 다만 아직 그 중간 지점을 찾지 못했다 .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도 인정하고 우리의 삶도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 아마 그건 앞으로의 정부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
스포트라이트 팀이 마침내 기사화해서 정면 승부를 하고 제보전화를 받고 문제의 교구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에 대해 , 몰라서 죄가 아니라는 안일한 도피에 대해 , 그래 지금은 그게 편하고 그게 괜찮을 수 있겠지 . 잘하면 평생 잘 도망 다닐 수도 있을거야 . 하지만 언제고 당신의 대가 아닌 , 그 후대라도 그 댓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 기억한다면 ... 아주 작은 틈으로라도 도망가고 싶은 지금을, 후회하는 날이 올 거라는 이야기 를 스포트라이트 ㅡ라는 영화를 통해 본다 . 내 자식 피눈물이 싫다면 남의 자식 피눈물도 닦아 줘야 맞다 .
그러니 ,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대충 넘어가려는 일본 정부 , 그리고 얼렁뚱땅 1심에 5년 , 항소를 준비하는 그분들 ... 그리고 그 꽃같은 세월 , 그때가 좋았다 말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 모른 척 하고 싶은 그 마음을 잘 생각해 봐 주시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 다 커서 , 다 늙어서 진실에 무릎이 꺽이지 않으려면 ,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