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김영하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설경구의 " 살인자의 기억법 " 이 개봉을 한다 . 뚜껑을 열기도 전에 기대가 잔뜩이다 .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면서 나는 누구를 주인공으로 떠올렸을까 ?
아마도 설경구는 아니었던걸로 기억을 하는데 그는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 앞에 설까 ? 나는 병수의 역으로 많이 추레하고 쉽게 힘을 놓는 스타일로 감히 살인자라는 연상이 딱 떠오르지 않는 인물이길 바랬던것 같다 . 그래야 반전의 힘이 더 쎌 테니까 . 헌데 이 영화는 반전을 처음부터 준비한 상태로 시작을 한다 . 설경구라니 , 내 예상과 많이 벗어난 인물 추정도 . 그게 벌써 얼추 4년여 전이다 .
이 영화는 봤던 건지 아닌지 헷갈려서 볼까 말까 하다가 뭐 ,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길래 다시 보기로 했다 . 그런데 웬걸 , 의외로 영화는 끝으로 갈 수록 힘이 쎘다 .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길고 다양한 메세지를 품고 있지 않지만 , 단 하나의 내용을 향해서만은 확실하게 달려가는 , 지루하지 않은 꽤 괜찮은 속도를 보여줬다 .
과학수사대의 최고 실력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부검의인 강민호 (설경구 ) 는 , 국내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성질환 때문에 외국으로 치료 겸 유학을 떠났던 딸이 돌아올 날이 다가오자 그간 맡았던 일들을 정리하고 딸과의 시간을 보내려고 주변을 정리하는 참이었다 .
원래 일이란게 뜻하면 뜻대로 이뤄지지 않듯이 끔찍하게 토막난 시체가 금강에서 발견되고 이 건이 강민호에게 맡겨진다 . 신체의 절단 면이 비너스 , 토르소를 연상시키는 , 기괴함 .
그리고 속전속결로 사건은 실마리를 잡는 것 같더니 느닷없이 엉뚱한 곳에서 엉키기 시작한다 . 더구나 딸은 예정한 날보다 늦어지겠다는 메시지가 오고 , 강민호는 할 수없이 사건에 매달리게 되는데 ... 강민호를 도와 사건을 쫓는 민서영 (한혜진 ) 은 비너스라는 독특한 신체 절단의 단면을 쫓다가 금강을 비너스라 칭하며 친환경 생태농업을 전파하는 이성호 (류승범)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
더구나 이성호는 당당하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하며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취지로 그같은 사건을 벌였노라고 말한다 .
한편 , 돌아오기로 한 딸이 오지 않고 사라지면서 이성호와 강민호의 오랜 악연이 드러나게 된다 . 그들은 이미 예전의 사건으로 만난 적이 있음이 밝혀진다 . 더구나 강민호는 그 사건으로 국내 최고의 부검의로 급부상하게 되고 , 반대로 이성호의 집은 풍비박산이 나는 사태가 일어났던 것 .
금강에서 발견된 여섯 조각난 사체 일부 중 하나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고 , 상황은 더 알수없는 오리무중에 빠져든다 . 민서영은 강민호와 이성호 사이의 뭔가를 감지해내고 그 뒤의 그림을 찾는데 알고보니 이성호의 누나가 새만금 바다에 빠져 죽었고 , 그전에 끔찍한 일들이 있었으며 그 사건의 부검의로 재판에서 주요 증언을 한 사람이 강민호였다 .
대체 이성호의 누나는 왜 바다에 빠져 죽었고 , 부검의일 뿐인 강민호는 재판에서 증언했으며 이성호 아버지는 왜 자살을 하고 , 오늘날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 비너스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
이성호는 새만금과 금강의 줄기를 엮어 비너스의 신체에 빗대 새만금은 비너스의 자궁과도 같은데 그것이 파헤쳐져 엉망이 되었다는 유인물을 자비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 그리고 금강에서 발견된 시체는 강줄기처럼 여섯조각이 나서 전시 됐으며 신체는 비교적 깨끗했는데 , 마침 딸이 유괴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강민호는 이성호로부터 자신을 무죄로 만들라는 압박을 받고 , 딸을 살리려면 예전처럼 증거를 조작하라고 압박한다 .
이성호의 말대로 증거를 조작하기위해 , 딸을 살리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는 강민호 . 그가 혼자 뛰는 동안 민서영은 강민호와 이성호 누나가 연루된 사건의 주 책임자들이 하나둘 죽은 사실을 알게 되고 , 마지막 남은 증언자가 강민호임을 알게 된다 . 드디어 증거 조작을 하고 이성호는 경찰서를 빠져나오는데 성공 .
딸을 찾으러 가는 강민호 . 그렇지만 딸은 이미 싸늘히 죽어 유리 관에 몸도 없이 누워 있고 , 애써 조작까지해가며 금강에서 발견 된 신체의 자궁에 최악으로 나쁜 놈에 정액을 심어 증거를 오염시킨 후였는데 이 몸의 주인은 실제 강민호의 딸이다 .
민서영이 먼저 도착해 발견한 강민호의 딸 , 유리관을 보곤 진상을 알아챈다 . 이성호가 진짜 바란 복수의 끝 . 누나는 강민호로 인해 오염되고 창녀가 되어 버렸다 . 죽어서도 그 오명을 벗지 못하는 한에 아버지가 자살까지 했다 . 용서하려고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다 .
강민호의 딸은 죽으면서 아버지가 자신이 죽어도 결코 이성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 정말 그랬다 . 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강민호는 자신이 한 짓이 무슨 짓이었는지 알게되곤 부검의로서 해선 알될 짓을 하고 , 딸의 몸까지 더럽히고 , 아버지로서도 해줄 수 있는 용서의 기회 조차를 자신이 날려 버린 걸 알자 총을 쏴 이성호를 죽이고 , 자신도 그 자리에서 죽는다 .
그래서 용서는 아무대도 그 어디에도 없다 .
준비된 반전으로 가는 장면의 치밀함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 그래도 몸을 바꾼 살인자의 계획과 바꾼 몸에 주입하게끔 하는 증거 조작에선 치가 떨렸다 . 복수의 최대치를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했다 . 역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고는 편히 살수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