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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도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백수일 때는 내가  돈을 벌어서 먹고, 사는 그 기본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하더니

취업을 하니 일(+야근)에 치여서 월급날 하루 반짝이고, 다른 날이 우중충한 게 제대로 사는 건가 싶었다. 노동으로 얻은 건 월급과 스멀스멀 올라오는 원인 모를 우울함이었다. 이 때, 제목부터 사야한다를 외치게 만드는 책을 만났고 청년 연암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 우울의 출발점이 어디인가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됐다.

 

일 중독, 연애 중독, 관계 중독, 뮤지커 중독, 헬스 중독 등 삶의 전 과정에 다 '중독'이 따라붙는다.(.......) 그게 아니면 뭔 낙이 있냐고? 이런 질문 자체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뭔가에 미치고 중독되지 않으면 도무지 삶의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슬펐다. 이렇게라도 소비를 하고, 어디 한군데에 중독되어 있어야만 겨우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퍽퍽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예전보다 더 날을 세울 때가 많고, 사소한 행복이 있어도 있는 줄 몰랐다. 정시퇴근을 해도 피곤했다. 내면을 찾는 시간보다 1시간이라도 더 자는게 절실했을 만큼 나는 늘 지쳐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을 쓰는데, 쓰고나면 다시 허전했다. 그럴 때 연암을 들여다본 작가는 말한다. 

 

밥벌이를 하면서 존엄을 지키라고. 

밥벌이와 존엄의 공존을 위해 작가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자립이다.

부모에게서 독립(20대가 되어도 집에서 설거지나 청소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방은 엉망진창이고, 식사는 제멋대로 하는 이런 습관을 과감하게 청산하는 것이 자립의 출발이다. 적폐 청산은 정치인들한테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가족 관계야말로 갑질과 적폐의 온실이다.)하고, 부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은 화폐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화폐의 증식을 골몰할 게 아니라 화폐를 어떻게 운용할까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의식주를 내 손으로 해결해야 밥벌이의 소중함과 소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을 잡게 된다. 그 밥벌이를 하되 밥벌이가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라는 이름 아래 내 시간을 노동에만 쏟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시길. 취미생활 중독, 재테크 중독 등 각종 중독을 빼고 나면 내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는 그리 많은 비용이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두번째는 관계다.

 

연암은 내면을 성찰하는 공부도 혼자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젊은이들이 고요한 곳에 깊이 거처하여 물욕에 접하지 않을 때에는 그 마음이 밝고 기운이 맑으므로 도리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끌벅적하고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왕왕 까마득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잘못되거나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세상 경험이 없어서는 안 된다."

 

 

돈을 벌고, 소비를 하면서도 우울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연락빈도가 많이 줄었다. 서로 다른 지역으로 취업을 한 것도 이유지만 일단 집에 10시, 11시에 퇴근하고 오면 나는 친구고 나발이고 잠이 급했다. 그러다보니 일, 일, 일로만 채워진 일상에서 시름시름 앓았다. 그러다 친구는 퇴사를 선택하고 자유의 몸이 돼서 나와 자주 만나고 나 역시 퇴사를 준비하게 되면서 내 일상을 일보다 먼저 챙기고 있다. 

 

 

세번째는 노마디즘이다.

노마드가 되려면 가벼워야 한다. 가벼운 자만이 떠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소유를 중심으로 인생을 기획하는 일을 멈추면 된다. 집을 사고, 인테리어를 하고 증식을 위한 투자를 하고 노후를 위한 보험을 들고....이런 따위의 일만 안해도 인생은 충분히 가볍다.

 

이 부분은 절반만 동의하는 부분이다. 쓸데없는 소유욕을 버리고 나면 인생은 가볍다 못해 진짜 살아볼 만 해진다. 대신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끼고, 때로는 소유욕도 발휘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파서 노후 생활비만큼은 매달 저축한다.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액수에서 천천히, 오래도록 저축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어쩌면 청년 연암을 통해 저자가 같이 말하고자 하는 건, 돈.돈.돈하는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밥벌이와 존엄 사이의 균형을 잘 잡으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월급을 쪼개고, 쪼개 돈 계산에 시간을 쓰면서 일상과 친구 등의 가치를 돈보다 아래에 두고 있었으니까. 자본주의 속에서 이제는 내 기준으로 소비를 하되 어딘가에 중독되진 않는다. 대신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을 위해 소비와 저축을 하고, 많이 벌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 속에서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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