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13살 선우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학교로 편입했고, 학교에서의 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좋은 집안에, 좋은 환경에서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선우지만 강압이라는 부모의 이기심이, 따돌림이라는 학교 폭력이 선우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선우에게도 탈출구가 있었으니 매일 딱 한 시간,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아'에 접속해 있을 때 뿐이었다. 이곳 가상현실(VR)에 들어가 있으면 현실에서의 선우는 사라지고 없다. 대신 근육질의 멋진 용사가 된 나, 펫(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며 정글과 초원, 바다의 가상 현실을 맘껏 누빌 수 있는 나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하루 한 시간이 끝나고 나면 또 다시 불행한 현실로 돌아온다. 도망치고 싶고 탈피하고 싶지만 13살의 몸으로 현실을 부정하기엔 너무 힘겹기만 하다. 그럴 용기도 마음도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 앞에 '원지'라는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자신보다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하고, 위기에 빠진 선우를 구해주기도 하는 당차고 멋진 친구다. 나중에 원지의 정체를 알게 된 선우는 자신의 비밀도 털어 놓으며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둘에게 닥쳐올 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는데...
?감상
이 책,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침에 도입부분을 읽다가 아이들 등원 후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면서, 뜨거웠던 물이 차갑게 식을 때 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편견으로 가지고 있었던 상상력과 게임 문외한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용을 타고 있는 두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날고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성별은? 또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인가? (보통 남아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으며, 여아는 남아의 사건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불과한 동화책이 많다는 것에 늘 아쉬움이 많았다.) 역시나 이 부분에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좀 씁쓸하기도. 이 두 아이가 선사 할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 자유와 속박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진짜와 가짜의 설정은 현실에서의 나와 게임속에서의 나로 구분되어 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가짜는 진짜같은 모호함을 던져주고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혼란이 결코 두렵거나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원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지와 함께 모험하며 대화하다보면 어느샌가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지가 까만 눈을 들어 선우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슬픈 눈빛으로, 원지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몰라. 여기서 눈을 뜬 뒤로, 나는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으니까. 선우야. 판타지아는 나에게 감옥이야."
원지의 상황은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끔 만든다. 과학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보편적으로 정해진 윤리적 기준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봄 직한 굵직한 문제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원지 아빠의 말처럼 판타지아 안에서의 삶은 경이롭고, 근사하고 완전히 새로운 삶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은 자아를 구축시키고, 꿈을 갖는 것, 내 삶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사는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원지는 죽음을 선택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성장동화에서 그려지는 죽음답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별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비춰져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원지는 여전히 선우의 가슴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빛이었다. 이로써 이 둘은 한 단계 『레벨 업』할 수 있었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몰입도가 굉장했으며, 빠르고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 시기의 아이들이 겪게 되는 성장통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들어주고, 용기와 꿈,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문득 원지는 자신이 어디로 가든, 그곳은 진짜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곳은 적어도가짜가 아니리라. 자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괴로워 할 일도 없으리라. 그렇기에 설령 끝일지라도, 원지는 지금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