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 숲,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 가능한 호랑이 '루호', 까치 '희설', 토끼 '달수'와 그들의 보호자이자 호랑이인 '구봉'이 한 집에 모여 살고 있다. 구봉은 읍내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 나갔다. 이들이 사람으로 변신 할 수 있게 된건 산의 뜻이었다.
인간처럼 모여 살 되, 절대 누군가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하에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시키고자 했던 산의 배려였던 것이다.
어느 날, 마을에 '호랑이를 찾는 남자' 강태가 등장한다.
조상 대대로 사람으로 둔갑한 범을 알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본인 역시 그 능력자라는 것이다. 강태가 그토록 범을 찾는 이유는 아버지를 죽인 범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강태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지만 강태는 포기하지 않았다.
환청에 이끌려 간 곳에서 루호와 달수는 강태의 아이들 지아, 승재를 만나게 된다. 사냥꾼의 아이들이니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할 인연이지만 자꾸만 엮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강태의 살귀에 승재를 예뻐하던 달수가 걸려들고 만다.
달수가 호랑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강태는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희열과 그 동안 사람들에게 무시당했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릴 생각에 반쯤 미쳐가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루호와 희설, 달수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지아와 승재는 사냥꾼인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며 타협하지 않는 루호는 용감하고 단단하다.
사람으로 변신해야만 하는 이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납득하기까지 혼란의 연속이다.
'보통'속에 녹아들기 위해서 숨죽여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놓는다면, 충분히 나답게 살아 갈 수 있을것이다.
그것의 바탕은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아끼는 마음, 나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알고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상대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마음까지..
"하고 싶은게 생겼다고 다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다. 선택을 해내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보여준 루호의 용기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호의 굳센 마음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서 이뤄낸 결과다. 믿음은 주인공 루호와 주변 등장인물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루호는 호랑이답게, 지아는 지아답게, 서로의 연대와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환상의 이야기 루호.
살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한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이야기의 쫀득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편견과 분노에 맞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호랑이 루호의 힘찬 포효가 담겨있는 한국형 판타지.
앞으로 펼쳐질 루호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