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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물

[도서] 눈, 물

안녕달 글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쩌다, 눈아이를 낳은 여자는

품 안에서 녹아내리는 눈아이를

내려놓아야 했다.

자신 때문에 눈아이가 사라질까 봐

자발적으로 담을 쌓았다.

곧, 밀려오는 봄으로부터 눈아이를

지키기 위해 겨울을 찾아 내달렸다.

여자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겨울'.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

닥치는 대로 일해보지만

여자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급기야 여자는 일을 내고야 만다.

그토록 원하던 '언제나 겨울'을 손에 쥔 채

눈아이에게로 돌아온 여자.

여자는 눈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무언가 지키기 위해 애써본 사람들을에게"

한번, 두 번, 세 번

이제서야 대략적인 맥락이 파악된다.

무겁고, 어둡고, 어렵다.

 

밝고 귀여운 그간의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그림책이다.

 

여자의 일생은 투명하다.

깨끗해서가 아니라

너무 투명해서 존재감조차 없다.

 

하얗게 빛나던 눈이 금세 녹아 물이 되어 사라지듯

여자의 존재감은 눈, 물 그 자체였다.

 

가슴이 메와 머릿속이 하얘진다.

여자의 삶에 이렇다 할 코멘트를 적는 것조차

미안함이 따른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

신발도 신지 않은 발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옆모습

웃고 있는 인형탈을 쓰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우울감. 억눌림. 답답함.

여자가 '언제나 겨울'을 가져가기 위해

매장 유리를 부수는 장면에서

묘한 희열감이 느껴진다.

통쾌하기까지 하다.

 

'언제나 겨울'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물웅덩이만 덩그러니 남은 방을 마주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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