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출판유통회사'에 취직한 오모리 리카.
뚜렷한 목표나 의지를 가지고 입사한 것은 아니다.
오로지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기 위한 마음 때문이었다.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2주간의 연수 후
'분에츠도 서점 도지마점'으로 주 거래처 지정이 되기 전,
오모리는 나카가와 계장님의 소개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 씨를 소개받는다.
그것을 계기로 유미코의 일생이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오모리 리카의 성장소설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애매하다.
여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추면 그렇다는 얘기.
그렇다면 고바야시 서점으로 포커스를 맞춰보자.
오모리에게 들려주는 고바야시 씨의 고바야시 서점 이야기 속에 성장이 있다.
고바야시 씨의 성장, 고바야시 서점의 성장.
때문에 오모리의 성장은 그 덤 어딘가 얹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주인공은 오모리 리카가 아닌 고바야시 서점이라는 이야기.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오모리 씨가
점점 책에 빠져드는 모습,
상사의 별 의미 없는 한마디에도 매번 '죄송하다'라는 말을 달고 살 만큼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에서 열정적이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의 감정이 인다.
그녀의 발전에는 유미코라는 멘토가 불어넣어 주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사회 초년생 때 나의 모습을 곱씹어 본다.
나에게도 유미코 씨와 같은 '멘토'가 있었나.
만약 있었다면 내 삶은 지금과 달라져 있을까?
오모리 리카 주변엔 유미코 씨 말고도 숨은 조력자들이 많았다.
그들의 기운 덕에 오모리는 실패할 틈이 없었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해답을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평탄한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었고, 그것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평지로 만들었다. 긴장감 1도 없는 편안한 에피소드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겠다.
굴곡 없는 그녀의 삶은 앞으로도 탄탄대로일까?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주기적으로 동네 서점을 드나들 곤했다.
아빠는 책을 구매하시면 꼭 종이로 책 겉면을 포장하셨는데, 그때 구매했던 책 제목 중에 '바람의 촛불'이라는 책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책을 소중히 다루는 느낌이 좋아 나도 아빠를 따라 책을 싸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만화책을 쌌다지!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 황보름 장편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있었는데,
동네 서점이 배경이라는 점과 책 표지 일러스트는 동일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사연들의 성격은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나에게도 나만의 고바야시 서점을 만들어 볼까.
유미코 씨라는 멘토는 없지만, 책이 나의 멘토가 되어 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