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9년 11월 4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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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말은 한번 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므로
말을 할 때에는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마디의 말이라도 한번 입을 떠나면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로도 쫓기 어렵다는 의미이지요.
옛날에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말(馬)이었을 것입니다.
그 빠름을 자랑하는 말(馬)보다도
말(言)이 더 빠르다는 것을 말함입니다.
절대 돌아오지 않는 4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이미 쏜 화살, 흘러간 시간, 놓쳐버린 기회,
그리고 입 밖에 낸 말이라고 하지요.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씀도 있습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라는 뜻이지요.
낚시를 잘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미끼를 끼우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끼워야 하는 것이고
대화를 잘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합니다.
논어에 구사(九思)가 나옵니다.
아홉 가지 생각을 늘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첫째는 시사명(視思明)으로 볼 때에는 밝게 보아야 하고
둘째는 청사총(聽思聰)으로 말을 들을 때에는 총명하게 하고
셋째는 색사온(色思溫)으로 안색은 늘 온순하게 하고
넷째는 모사공(貌思恭)으로 태도는 공손하게 하고
다섯째는 언사충(言思忠)으로 말할 땐 정성으로 하고
여섯째는 사사경(事思敬)으로 일할 때에는 경건하게 하고
일곱째는 의사문(疑思問)으로 의심날 때에는 반드시 질문하고
여덟째는 분사난(忿思難)으로 화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마지막 아홉째는 견득사의(見得思義)로
재물이 생기면 올바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지요.
구사(九思)의 중간에도 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한 번 입을 떠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고,
그 퍼지는 속도가 ‘사불급설’이라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목연 생각 :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 자랑을 하는 이들을 자주 봅니다.
객관적인 듯, 겸손한 듯 가장했지만,
속내는 자랑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우리 사위는 올 때마다 용돈을 하라면서
10만 원, 20만 원씩 주지 뭐야.
자기들도 먹고 살기 힘들잖아.
그렇게 인심을 써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언뜻 보면 사위의 씀씀이를 나무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사위가 착하다거나
장인 생각을 끔찍하게 한다는 자랑이지요.
그밖에도 도지사나 군수가 일만 있으면 전화를 한다거나,
어떤 단체에서 자기에게 무엇을 맡아달라는데
그게 다 찬조금을 받아내려는 수작이라는 등
친구나 지인들이 하는 말 중에는
자기 자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하지만 나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도
객관적인 정보거나 겸손한 표현인 듯 가장했지만,
사실은 자기 자랑이 목적인 글을 보면서 뜨끔하기도 하는데…….
내가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한 것처럼
상대 역시 내 말의 숨은 뜻을 쉽게 알았을 것입니다.
운복샘의 글을 읽으면서 실언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
자랑도 조심하자는 생각을 되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