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9년 11월 6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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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닙니다.
한강공원에서 연을 날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연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채로운 모양의 연이 하늘을 수놓았을 때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그런데 연은 바람이 드셀수록 높이 납니다.
그건 항공기도 마찬가지지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항상 바람을 안고(맞바람)
이착륙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야 이륙 시 빨리 부양력을 얻을 수 있고
착륙 시에는 항공기를 원하는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지시킬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요?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몸을 온전히 맡기는 게 중요한 것이지요.
갈라파고스 섬에 가면 프리깃버드라는 커다란 새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군함새라고 번역되어 있지요.
새가 매우 커서 군함새인데
그 큰 덩치로 높은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그것은 바람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바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때론 그 역경에 좌절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겠지만
바람을 잘 이용하면 스스로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에서 위대한 선원이 탄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 목연 생각 : 바람이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2015년에 제가 지인들에게 보냈던 새해 인사가 떠오릅니다.
저는 매년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내곤 했는데
그때는 이런 말을 글을 보냈지요.
바람은 언제나 벗의 등 뒤에서 불고,
벗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는
을미년 2015년이 되기를 빕니다.
이 글을 중심으로 해서 친구나 동년배에게는
그대로 보내거나 '벗' 대신에 이름을 쓰고,
교단의 동료들에게는 '벗'을 '선생님'으로 고쳤으며,
블로그의 이웃분에게는 그분의 닉네임을 쓰는 것으로 하였지요.
그런데 제 글을 받은 분 중에서는
'멋진 글이다.', '역시 국어샘이다.' 등의
감탄의 답글을 보낸 분이 많더군요.
제가 국어샘인 것은 맞지만,
제가 쓴 글이 모두 창작인 것은 아닙니다.
저 글의 원문은 아일랜드의 속담입니다.
그것을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사장이 소개한 것을 보고 인용한 것이고요.
관련 화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삼스럽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저 글을 인용할 때는 물론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손석희 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앵커이고,
자랑스러운 참언론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매일 jtbc 뉴스룸을 보는 것이 일과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뉴스룸을 보지 않습니다.
조국 장관 사태를 보고
형평성을 잃은 윤석열 검찰을 나무라기는커녕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이 방송을 더 이상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지요.
손석희 사장이 변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평생을 바르게 살기는 힘듦을 느꼈네요.
나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자고 다짐했고요.
아, 손석희 사장에게 들은 글을
미리 내년의 새해 인사를 돌려 드립니다.
앞으로 jtbc 뉴스룸을 볼 일이 없겠지만,
얼마 전까지는 긴 세월 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 분이니까요.
바람은 언제나 손 사장의 등 뒤에서 불고,
손 사장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는
경자년 2020년이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