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9년 11월 15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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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 것입니다.
사랑을 논할 때 힘든 것은 이별이나 만날 수 없음일 것이고
가장 좋은 것은 설렘 속에서 얻어지는 기쁨일 것입니다.
불갑사나 선운사에 가면 상사화 군락을 볼 수 있습니다.
꽃무릇이라고도 불리는 상사화는 봄에는 잎이 무성하다가
여름을 지나면서 잎이 모두 말라 죽고 꽃대만 삐죽이 올라와 꽃을 피웁니다.
살아서는 잎과 꽃이 만날 수 없는 꽃이라
상사화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애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습니다.
중국 숭오산에 산다는 상상의 새이지요.
산해경에 나오는 만만(蠻蠻)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익조의 생김새이지요.
물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비익조는
암수가 각각 눈 하나와 날개 하나를 갖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날 수 없는 구조이지요.
그래서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만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하나 된 부부의 연을 강조하는 것에는
비익조만한 비유가 없습니다.
또한 비목어(比目魚)도 있지요.
역시 상상속의 물고기지만
반편이의 몸으로 태어나 눈도, 가슴지느러미도 하나씩이어서
암 수가 짝을 이뤄야만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류시화 시인이 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비목어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연리지(連理枝)도 그러합니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남녀 간의 사랑 또는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지요.
위의 두 가지 경우와 다른 것은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최장 3년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의 모든 가치 위에 놓인 것이 사랑이고
그 어떤 위대한 것보다 높은 것이 사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그리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세요.
내일이면 늦을지 모릅니다.
* 목연 생각 :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 모른다, 라는 것은 진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헤어질 수 있을 때 신속하게 헤어져라.
내일이면 늦을지 모른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남편을 잔인하게 살인했다는 어느 아내,
반대로 아내를 그렇게 한 어느 남편을 보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은 차라리 만나지 않았거나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 인연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아라.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아라.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하여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워라.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이 말이 진리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슬프네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결혼이나 파경 소식을 들어도
그저 덤덤하게 느껴지는 것이
수양이나 사랑이 부족한 것인지
삶에 대해 달관한 것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