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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91127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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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한강 수계에서 홍수 조절 능력을 갖춘 댐은 소양댐과 화천댐입니다.

벚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굽이굽이 산허리를 돌아들면

소양댐 정상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29억 톤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소양댐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크기를 자랑하지요.

 

재미있는 것은 만수위의 물 높이가 나무와 풀의 자람을 경계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계선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럼 왜 이런 경계선이 생긴 것일까요?

 

이유는 흙에 있습니다.

만수위가 되었을 때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흙이 사라졌으니

바위만 남은 앙상함에 식물이 발을 붙일 수 없으니까요.

 

흙의 중요성을 생각합니다.

흙이란 땅거죽의 바위가 분해되어 이루어진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두께는 달라도 지표면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온갖 식물을 키워내는 만물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흙이 없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또한 흙은 포용을 의미합니다.

유리병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나고 말지만

흙에 떨어지면 온전히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흙이 남다른 포용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흙은 정화입니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것을 흙에 묻어 놓으면

미생물이 분해하고 처리하여 깨끗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흙이 갖고 있는 특별함입니다.

 

우리는 흙이 묻으면 수다스럽게 털어내지만

흙처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빈들을 보면서

흙을 닮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목연 생각 : 어린 시절에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농사꾼이 흙이 귀한 것을 모르면 안 돼."

그때는 그 말의 의미가 잘 이해가 안 되었지요.

흔하고 흔한 것이 흙인데

어디를 가나 밟히는 것이 흙인데

흙이 귀하기는 뭐가 귀한가, 라는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시골에 살면서 흙이 귀한 것을 느끼곤 합니다.

매년 봄가을이면 하는 일이 텃밭에서 돌을 고르는 것입니다.

고르고 골라도 돌은 끝없이 나오고,

땅을 파려도 돌이나 바위 때문에 삽질이 힘들더군요.

이제야 비로소 흙이 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할까요?

 

사실 어린 시절의 내 고향도 시골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농민의 아들딸이었고요.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왜 흙이 귀하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그때 우리 집은 농사를 짓지 않았고,

지금의 나는 비록 작은 땅이지만 텃밭을 가꾸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지으니 흙이 귀한 것이 느껴지네요.

 

농촌 사람들이 박정희 씨에게는 어떤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박근혜 씨에게서 느끼는 친밀감이 덜한 이유 중에는

박정희 씨는 농민의 아들이었고,

박근혜 씨는 대통령의 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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