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비극적인 상황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분이었기에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안타까움도 컸지요.
첫째, 박원순 시장님한테는 전하고 싶은 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소 인권을 강조하던 분으로서
이런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기로 작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겠습니까?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자신을 믿고 존경했던 가족과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는 발길이 천근만근 무거웠겠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생각에 짓눌렸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도 이런저런 마음으로 괴로움이 크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입니다.
누구나 가야 할 길이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혹시 과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덮을 만한 공덕도 쌓지 않으셨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시기를 빕니다.
둘째, 피해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얼마나 놀라셨는지요?
이미 당한 일도 괴로운데, 이런 일까지 일어나다니…….
큰 상처 위에 어쩌면 더 큰 상처를 앉게 되었고,
어쩌면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돌팔매를 던지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얼마나 답답하시겠습니까?
그러나 님은 피해자이고,
피해자로서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했을 뿐입니다.
어떤 비난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마시고,
더욱 강인한 자세로 모든 어려움을 이기시기를 빕니다.
셋째, 박원순 시장님과 피해자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의롭게 살아왔던
남편이고, 아버지고, 할아버지라면서 자랑스러웠을 텐데,
서울시의 공무원이라는 당당한 직업을 가진
예쁜 딸이고, 누나이며 언니이며 동생이었을 텐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겠습니까?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힘들고,
위로를 받는 것조차 괴로울 수 있는 처지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갖가지 번뇌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세상사가 아니겠습니까?
떠나는 이는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남은 피해자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모든 것을 잘 참으시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시기를 빕니다.
넷째, 인물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사회
어느 방송이 생각났습니다.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었지요.
노회찬 의원과 박원순 시장님이 함께 나오셨던 듯한데,
손석희 사장의 동안이 화제가 되었지요.
누군가 세 분은 동갑인데 어찌 이렇게 다르게 보이냐고 물으니
손석희 사장은 이렇게 대답해서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지요.
"제가 동안인 것이 아니고, 다른 분들이 노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pLunBRDvgc

그 방송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세 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노회찬 의원과 박원순 시장과 손석희 사장 모두
진보 진영의 자랑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노회찬 의원이 먼저 가셨고,
박원순 시장님도 떠나셨으며,
손석희 사장도…….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위치는 다르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때의 세 분 모습이
앞으로 10년 뒤까지 한결같이 이어지고,
세 분이 사회의 원로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인물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훌륭한 인물이 될 분들을 지키지 못한 듯해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비할 수 없네요.
다섯째, 타산지석의 교훈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이나 단점도
내게는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타산지석의 교훈이겠지요.
한때 미래의 지도자로 꼽히던 어느 지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추락했을 때
비슷한 사연을 지닌 다른 분들은 왜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까요?
뒤이어 유력한 시장이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다른 분들은 왜 자신의 신변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을까요?
물론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지만요.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지자체장 세 분이
비슷한 이유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사안이 다시 발생한다면,
본인은 물론 지지자들의 상처는
회복이 힘들 만큼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영을 떠나서
우리 사회 전체가 소중한 자산을 잃는 것일 터이고요.
각자 몸담고 있는 곳에서 지도자급에 있는 분들은
스스로의 처신을 더욱 조심하면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자중하고 더욱 자중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