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벼랑 끝, 상담

[도서] 벼랑 끝, 상담

최고야,송아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3분의 2 지점보다 더 아픈,

상담소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떤 심리치료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벼랑 끝, 상담

저자
최고야, 송아론
출판
푸른향기
발매
2021.10.19.


「벼랑 끝, 상담」은 17명의 상담 사례와 30가지의 심리치료를 '이야기'하듯이 전하는 책이다.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아들이, 심리상담가인 어머니(이하 원장님)의 순간순간을 함께하며 적어내려가는 말이었다. "이런 일이 있대!"라는 호들갑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마음이 조여들었던 건, 이 단어 때문이었다. 내담자. 심리적인 문제나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기 힘들어 상담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다. 흔히들 상담 받으러 다닌다고 말하면, 정신 병원을 떠올리고 자연스럽게도 환자 혹은 정신병자로 부르게 되는 길목에 꿋꿋하게 버티는 가녀린 꽃 같았다. 우리는 모두의 도움을 받고 자라고, 도움을 주며 컸다. 지쳐 기대어오는 누군가를 밀어내는 손마디들을 접어내야지.

더하자면, 이 책의 벼랑 끝,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내가 정말 애정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생각났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의 책이었달까.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물론 구씨는 조금 서글프고 서늘한 쪽이었지만, 이 글은 그보다는 더 따뜻했다.

미국에, 유명한 자살 절벽이 있대.

근데 거기서 떨어져서 죽지 않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3분의 2 지점까지 떨어지면 죽고싶게 괴로웠던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낀대.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말해줬어.

사는 걸 너무너무 괴로워하는 사람한테,

상담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3분의 2 지점까지 떨어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상담 받아보라고.

나의 해방일지

https://youtu.be/HlEokysaG_4?t=111


첫번째 사례는 시작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칼을 품고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머리가 굳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19)다"고 말하는, "청년이 상담소를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그런 행위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걸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19)"다고 하는 원장님이 존경스러웠다. 새삼스럽게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달까.

그리고 상담사 분이 새롭고, 멋있게 느껴졌던 것 하나 더. 시원스레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내담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다독여주고, 대신 나서줄 수 있는 사람. 친가에게 독박살림을 하고 PTSD가 온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그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못한 것만 사과하세요." 라떼는, 으로 변명하려는 이에게 단호하게 말씀하는데 보지도 않았는데 본 것만큼 박수 치고 싶었다. 사과는 쉬운 게 아니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었다.

원장님이 이렇게 딸이 보는 앞에서 부모를 질책한 것은, 단순히 부모의 시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 또한 환경치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던 '억눌린 감정'을 상담사가 대신 시원하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벼랑 끝, 상담 _45쪽

가족 안에서 힘들어할 때,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혈연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이 대한민국에서, 남의 집안일에 왜 끼어드냐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부정적인 쪽으로 폐쇄적인 가족 공동체 안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던가.


우리는 살면서 어떤 순간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아, 내가 왜 그때 바보처럼 말을 제대로 못 했지?' '이렇게 할 걸.' '아, 자꾸 생각나네.'라며 계속 그 일이 머릿속을 맴돈다. 원장님은 그것이 당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감정이 억눌려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명상최면으로 억눌린 감정을 풀어준 것이었다.

벼랑 끝, 상담 _69쪽

처음에 명상최면이라는 단어를 글로만 읽었을 때는 '잉?'스러웠다. 최면이라는 단어도 낯설었고, 누군가의 목소리와 깜깜한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미심쩍었다. 그러나 이 과정의 목표는 억눌린 감정을 해소시키는 것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펑펑 울어버린 경험과 다를 게 없었다. 눈물 흘려야 할 상황에서 우는 방법을 잊어버린, 울지 못하는 사람을 그저 다독다독 안아주는 일이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사람을 찾지만 때로는 그마저도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위로 받으러 갔다가 더 큰 상처를 입고 돌아안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또 다른 나'를 통해 상처받은 나 자신을 다독여주는 방법이었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 문장이었다.

명상최면은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내가

상처받은 나를 인정하고 위로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대게 내담자들은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걸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가하거나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내면에 깊게 자리잡은 '무의식의 욕구'는 다르다.

무의식의 욕구에는 '긍정적 의도'가 있다.

내가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벼랑 끝, 상담 _17쪽

누가 봐도 잘못한 인간들은 뻔뻔하게도 '되돌아보지 않는데', 상처받은 여린 내담자들만이 계속 자기검열을 하는 것이다. 진짜, 진심으로 성폭행이나 성추행 하는 사람 아닌 것들은 ... 하. 더 할 말이 없다.


어떤 충격이나 상처를 받으면 무의식의 덫에 걸려. 근데 무의식이라 자기가 이 덫에 걸려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그러는 사이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증상이 나타나는 거야.

벼랑 끝, 상담 _91쪽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허니가 금쪽 상담소를 정말 많이 본다. 그러다 나 생각난다면서 보내왔던 에피소드. 무의식 중에 기억의 전략적 사용을 안 하는 사람, 나야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선택적 주의력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하여튼 뭐랄까. 죽을 때까지 볼 수 없는 자기 자신이라, 가끔 누군가의 시선이 필요하다.

https://youtu.be/PeYR6_PbrxE


상담은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내담자가 시각, 청각, 촉각 중에서도 무엇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기분을 맞춰서 라포(Rapport) 형성까지 이른다. 누군가의 오랜 삶의 시간 속에 잠깐 자신을 들이미는 것이었다. 자신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작게 들려오는 도와달라는 외침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상담을 받고 있다, 받고 싶다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 이런 얼굴이 되어서 "... 왜애 ...?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다. 왜가 어딨겠어, 힘들고 지칠 때 나를 더 따뜻하게 치유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지. 사례 하나하나에 담긴 원장님의 노력이 멋졌다. 도덕적 강박증으로 힘들어하는 이에게 "내담자게에 네가 샤워를 해도 사람들이 피해를 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124)."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장 오늘만 돌아봐도 누군가를 보면서 '이렇게 하면 더 나을텐데.', "이게 맞아."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들지 않았던가.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111561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111561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1115612
https://youtu.be/HlEokysaG_4?t=111
https://youtu.be/PeYR6_PbrxE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