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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도서]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나미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내겐 어른과 아이의 구분법이 있다. 바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 유무다. 백발에 허리가 굽고 경로석에 태연히 앉아가도 노화와 죽음에 대한 주체적인 철학이 없다면 철부지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아니, 아이보다도 못하다. 아이는 순수함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감수성이 발달한 아이라면 죽음을 떠올리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끝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귀결한다. 늙으면 아이와 같아진다는 말도 있기야 있지만 생의 말년에 이르러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건 정말 수양이 많이 부족한 경우다. 나는 시니어의 롤모델로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옹을 떠올리곤 한다. 나도 그런 매력적인 노년기를 보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에세이집을 다시 손에 잡았다. 저자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의사 이나미다. 솔직히 죽음과 노년, 상실에 관해 뭔가 독특한 시각이나 '무릎을 탁치는' 분석심리적 해법을 기대했는데 꽤나 실망스러웠다. 장년에서 노년의 길목으로 가는, 이제 환갑을 조금 넘긴 '젊은 노인'의 눈으로 써내려간 평작이다. 글에 나름의 유머와 자기풍자도 가미되어 있지만, 구성이 그리 체계적이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저자 본인의 신세 타령도 적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14대 종부며느리로 지낸 혹독한 시집살이와  '노노봉양'의 끝판왕인 치매에 걸린 시부모 봉양기 등이그러하다. 남편과 자녀 얘기는 거의 없고 시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차고 넘친다. 아무래도 시어머니의 죽음이 저자에게 미친 여파가 매우 큰 것이 분명하다. '용서와 화해'에 관한 테마는 시어머니와 관련이 깊다.

 

저자도 소싯적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토로하는데, 실제로 점쟁이에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이젠 언제 죽을지 궁금하지 않지만 다만 남편보다 일찍 죽는 것을 소망하는 모습이 애뜻하달까. 자신이 죽을 걸 예측한 역사적 인물 허난설헌을 언급하면서, 혹시 그날 어디서 독약이라도 구해 먹은 것은 아닐지 의심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상식 차원의 연명의료법은 물론 안락사까지 적극 지지하는 저자의 태도는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삶의 활력은 죽음에 대한 태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매사 죽음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런 분들이라면 분명 '노년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매력적인 시니어일 것이다. 아름다운 황혼의 노을처럼 말이다. 명랑 노인이 지켜야 할 황혼의 법칙이 있다면 "귀는 열고 입을 닫고 지갑은 열고" 외에도 "세상엔 공짜 없다, 비밀 없다, 정답 없다"는 도리를 대인관계에서 철저히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노년이 되면 자식에게 서운하기 쉽고, 자식은 또 부모에게 실망하기 쉬운데, 그런 부모자녀에게 저자는 이런 지침을 준다.

 

 

"부모 자식들이여,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제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자. 그리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고 있다면, 마음에 없더라도 감사의 말을 해주면 된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감사의 말을 자신은 듣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 인생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조정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닦을 일이다. 기대하지 말고, 혹시 내 후의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해준 바는 잊어버리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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