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은 자비와 지혜를 강조하고, 서구철학은 사랑과 자유를 강조한다. 자비와 사랑이 통하고, 지혜와 자유가 통한다. 그리고 자비와 지혜, 사랑과 자유의 어울림과 균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공부의 진수는 우리 내면의 순수의식과 접속해 자비와 지혜를 확충하는 일이다. 불가에선 내면의 평정에 이르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염불선을 제시한다. 염불의 문구와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게 정토종의 '나무아미타불' 구두 염불이다. 염불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적인 쓰레기를 정화시키고 삶을 정갈하게 한다. 평온한 삶의 진수가 바로 염불이다.
정토종과 염불선의 대표 경전은 《아미타경》이다. 2,500여 년 전에 석가모니가 기수급고독원에서 설법한 내용을 적은 불경이다. 석가모니는 아미타불이 서방에 극락세계를 세운 과정과 ‘나무아미타불’ 염불의 효능을 소개한다. 염불법문에는 신(믿음), 원(기원), 행(행동) 삼요소가 있다. 다시 말해서, 신원행 세 가지가 모두 어우러져야만 완전한 염불이 된다.
중국 불교의 양대 종파가 선종과 정토종이다. 선종이 참선을 통한 명심견성의 깨달음을 강조한다면, 정토종은 아미타불에 대한 믿음으로 일심 염불해 정토왕생하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정토는 아미타불의 서방정토만 있는 게 아니다. 약사불의 동방정토도 있고, 인간 세상의 미륵정토도 있다. 일반적으로 동진 시대의 혜원대사를 중국 정토종의 시조로 본다. 송나라 때 영명대사는 선과 염불, 혹은 선종과 정토종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참선하고 정토왕생을 바라며 염불하면 뿔 달린 호랑이처럼 위세 있고 맹렬하여 현세에는 중생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내세에는 불도를 얻으리라."(59쪽)
일심 염불은 마음의 불안과 초조를 다스리는 첩경이다. 마음이 초조할 때 조용히 ‘나무아미타불’을 읊기만 하면 이내 고통스럽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일이 마음대로 잘 풀릴 때 나무아미타불을 읊으면 경거망동하지 않을 수 있고, 슬플 때 나무아미타불을 읊으면 낙담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일이 뒤죽박죽 꼬였을 때 나무아미타불을 읊으면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신비하고 무한한 힘을 가진 나무아미타불은 소리의 형태로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생명 자체의 희열로 바꿔 줄 것이다. 그러면 좋고 나쁨의 구분이 사라지고, 언제 어디서든 평온해지며, 매 순간 영원한 극락세계로 향할 수 있다. 나무아미타불."(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