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하는 요정 엄마와 밤에 활동하는 뱀파이어 아빠를 둔 '뱀파이어 요정' 이사도라 문이 주인공이 동화책이다. 이렇게나 '상반'된 부모님을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 다툼과 갈등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동화속에선 그런 '다툼과 갈등'이 없다. 왜냐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멋진 가족이기 때문이다. 서로 섞일 수 없는 정도로 '완전한 다름'인데도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아빠를, 그리고 엄마 아빠를 닮아 모든 것이 '반반'인 딸도 '다르기' 때문에 속상할 때도 화부터 내지 않고 '이해'부터 하려고 한다. 그래서 화목한 가족인 셈이다. 이렇게나 다른 '가족'이 여름방학을 맞아 '캠핑'을 떠났다. 캠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일어날 '갈등'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지난 1권에서 이사도라는 '학교'에 갔다. 요정학교에도, 뱀파이어학교에도 적응할 수 없었던 이사도라는 자신의 '독특함'을 인정해주는 인간학교에 가기로 최종결정을 했었더랬다. 길고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첫 날에 선생님은 [여름방학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발표하는 수업을 했더랬다. 첫 번째로 발표한 것은 이사도라였고 말이다. 평범한 인간아이들과는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해주자 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두 신기한 듯 이사도라의 캠핑이야기에 환호와 박수를 건낸다.
이쯤에서 한 번 짚고 가보자. 이 책은 [완벽한 긍정]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이어간다. 그래서 '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갈등이라고는 '반반'인 이사도라의 '고민' 뿐이다. 이 책이 '흥미만점'인 책인데도 조금은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즐거움과 교훈'을 읽어내는 것이 [문학읽기]의 목적일텐데, '갈등 요소'를 빼버린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은 뭘까? 교훈은 있을까? 어찌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마치 '해탈의 과정'이라고나 할까?
이를 테면, 캠핑을 떠나면서 뱀파이어 아빠가 아주 소중히 여기는 '빗'을 가져가기로 한다. 요정 엄마가 그렇게 소중한 빗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안 될테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했는데도 아빠는 '뱀파이어의 멋'을 완성하는 완벽한 빗이자,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오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빗이니 꼭 가져가야 한다고 우긴다. 사건의 전개는 당연히 그 '빗'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사도라가 해변에 쌓은 모래성을 장식하기 위해 반짝이는 조개와 돌맹이로 장식했지만 조금 부족한 듯 해서 '아빠의 빗'으로 화룡점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치한 '빗'은 파도에 쓸려서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다면 당연히 '아빠의 분노'와 이사도라가 엄청나게 혼나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없다. 엄마와 아빠는 침착하게 누군가가 훔쳐갔을 거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을 탐색하지만 찾지 못하자 낙담한 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물론 아빠가 조금 속상해하지만 말이다. 소중한 유물이자, 가문의 보물일텐데도 말이다. 이 부분에서 '남자아이'는 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자아이'는 왜 이 책을 좋아하는 걸까?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교훈으로 배운다는 심정으로 차분히 읽는 걸까?
아빠의 분노는 일어나지 않으니 이야기를 '전환'시켰다. 이사도라는 잃어버린 빗을 찾다가 '인어공주'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아빠의 빗을 되돌려 받아 무사히 돌아온다. 마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액자구성'인 듯 [발표수업의 시작-가족의 캠핑의 시작-바닷속 인어왕국-캠핑의 마무리-발표수업의 끝]을 낸 뒤에 3권에 나올 '또 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쳤다.
이 책의 특징을 소개하자면, [꽉 짜여진 완벽한 플롯 / 갈등을 대신할 '고민'의 등장 / 고민의 해결 / 다음 이야기 예고]로 이어진다. 1권에서는 '물 컵에 물이 남이나 남았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듯 '반반'의 특징을 지닌 주인공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2권에서는 무턱대고 화를 내기보다는 '원인'을 찾아내서 차근차근 '해결'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주제를 담았다. [문학읽기]의 또 다른 목적인 '즐거움'은? 글쎄, 여자아이들만 발견할 수 있는 '시크릿'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