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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도서]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

우용곡 글그림/전인혁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신화와 종교,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참으로 묘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선을 그을 수도 없고, 이렇게 보거나 저렇게 볼 때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싸그리 뭉뚱그려서 '낡은 것'으로 폄하되면서 '비현실적'이라고까지 매도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역사왜곡'이니 '동북공정'이니 떠들면서 '그 옛날의 것'으로 과거를 평가하고 오늘과 미래를 재고 점치는 등의 일을 여전히 벌이고 있다. 심지어 고대에 벌어진 일로 한중일 삼국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으니 놀랄 지경이다.

 

  이를 테면, 중국의 고서에 나오는 '황제와 치우의 대결'을 이야기하며 중국인들은 끝내 황제가 이겼으니 중국이 최고라고 평가하고, 한국인은 열 번 싸워 아홉 번 이기고 겨우 한 번 졌으니 황제보다 치우가 더 위대하다면서 '동이족의 신화'를 부풀려서 현대 한국이 중국의 국력을 넘어선다고까지 평가할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일본의 고서에 나오는 한 대목에 '여자천황이 임신한 몸을 이끌고 바다 건너 신라를 쳤으니' 한국은 고대부터 일본의 식민지로 마땅하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허구맹랑한 논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개인적으론 신화나 종교, 역사를 통해서 제 잇속만 챙기려는 탐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화나 종교, 역사는 모두 '문화의 일부분'인데, 포괄적인 문화의 이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문화의 우월성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그 광대한 문화마저 '한국의 것', '중국의 것', 그리고 '일본의 것'으로 조그맣게 규정하려는 속좁은 심보의 결과물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다. 그런 까닭에 신화, 종교, 역사는 크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정보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문화는 한 나라에만 국한 되지 않고 이웃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기 때문에 먼 옛날부터 활발히 교류했던 한중일 삼국을 비롯해서 베트남과 대만, 유구까지 서로 비슷한 문화와 전통을 저마다 계승발전 시켜온 결과물인 셈이다. 이러한 문화에 우열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생각의 저변으로 이 책 <만화로 배우는 조선 왕실의 신화>를 읽으면, 우리 나라의 신화를 통해 유교, 불교, 도교, 무속신앙 등의 우리의 종교와 더불어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의 역사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신화가 중국에서 비롯된 거였어?', '왜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유교와 관련이 없는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거지?', '어? 치우는 우리 조상신인데, 왜 중국신인 황제에게만 제사를 지내는 거야?' 등과 같은 질문은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우리에게 '신화'가 왜 필요한 것인지 의미를 파악하면서 이 책을 풀어보려 한다. 앞서 밝혔듯이 조선은 '유교의 나라'다. 유교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제사'인데, 그 까닭은 음양의 이치를 조화롭게 하여야 세상만물이 평안하게 된다고 조선사람(성리학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단 유교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바라는 이치이고, 신화나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 까닭이다. 그런데 조선시대는 '유교'를 표방하였던 탓에 모든 것이 '유교식'으로 표현되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화를 통해서 민족의 우월을 따지는 행위는 지적인 토론 자체가 불가한 것이니 개무시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무속신앙에 따른 제사 뿐 아니라 도교식, 불교식 제례까지 지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조선을 건국한 이들은 숭유억불을 내세우며 전국의 사찰을 축소하고 승려들을 핍박하였으며,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천주학(서학)'을 탄합하며 수많은 천주신자들을 절두산에서 목을 베던 철저한 '유학자'들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고 막으려고 막아지고 골라담으려고 담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교의 나라'인데도 그 이전 왕조에서 시행되던 행사를 이어 나간 것이다. 또한, '단군제'나 '관왕묘 제례'와 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제사방식만 살짝 유교식으로 바꾸어서 '민족의 정기'를 북돋우고 '충성스런 신민'을 양성하기 위해서 요긴하게 써먹었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에는 중국신으로 여기는 신농, 황제, 기자 따위도 조선에서 적극 받아들여서 '제사'를 지냈던 것이다.

 

  이렇게 조선에서 지낸 수많은 제사와 제례를 살펴보면 '우리 고유의 신앙'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문화'까지 모두 엿볼 수 있다. 먼 옛날 공자나 맹자도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학문을 갈고 닦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공맹의 도'가 무엇인지 십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를 테면, 풍백, 우사, 뇌사, 운사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날씨의 신'에게 기원을 하는 주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농업'이 나라 경제와 정치, 그리고 일상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점을 엿볼 수 있고, 성현과 조상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음복을 바라던 유학자들이 명산대천과 성황신에게 제사를 고하는 모습을 통해서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실천하였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신화를 품고 살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연 '홍익인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고조선의 건국신화 속에서만 '홍익인간'을 찾곤 하지만, 반만 년전에는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의 사상이었다. 바로 '홍범구주'라는 말인데, 바로 뒤치면 '아홉 주를 평정해 천하를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 조상들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넣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사상을 펼쳤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지내던 제사는 모두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조화롭게 만들어 모두가 평안하게 지내라는 뜻을 담아 지냈던 것이다. 그래서 선한 신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 빌었고, 악한 신에게는 제물을 바쳐 인간에게 해악이 미치지 않게 했으며, 자연신에게는 풍요를 빌고, 조상신에게는 후손들에게 복을 빌어주라는 뜻을 담아 정성스럽게 모셨던 것이다. 이쯤 되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놈이 나쁜 셈이다.

 

  그리고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로마신화'만 떠올리지 말고, '우리 신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실제로 외국의 신화보다 '우리 신화'가 알고 나면 더 재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욱 다가올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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