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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도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김재원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역사책을 두루 섭렵하면서 느낀 점은 '내 학창시절에는 왜 이런 책이 없었냐?'라는 의문이었다. 딱딱해서 읽기도 힘들고 파편화된 지식들의 나열들만 가득한 교과서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역사의 재미와 흥미를 역사책을 통해서는 총천연색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학창시절에 이런 책들을 읽을 기회만 있었더래도 나의 역사점수는 늘 만점이었을 거라는 확신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느낌도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연륜이 묻어 있기에 당연히 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왜냐면 아이들에게 역사수업을 가르쳐보면 미천한 경험과 얄팍한 지식만으로 역사의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유구한 역사의 장대한 흐름과 함께 그 흐름의 맥락을 단박에 꿸 수 있는 '핵심(키포인트)'을 일러주는 그런 책 말이다. 단언컨대,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반만년의 한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나 확고한 단언을 할 수 있는 까닭이 있다. 그건 바로 '군더더기'를 걸러내고 '역사의 맥락'만을 추려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군신화부터 IMF의 치욕까지 한국사의 정수를 담았다. 정수를 담았다는 것은 '단 한 방울'만으로 극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엑기스를 뽑아냈다는 점이다. 물론 그로 인해 '빈 공간'이 너무 크다는...다시 말해, 역사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다보니 가장 인상깊은 대목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테면, 고구려는 광개토대왕만을, 백제는 의자왕만을, 신라는 삼국통일만을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각각의 나라들이 짧게는 600년에서 길게는 1000년의 흥망성쇠를 보여준 나라들인데, 고작 '한 장의 사진'만으로 각 나라의 모든 것을 평가하거나 설명하기엔 태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역사책으로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반만년의 역사를 단박에 꿰뚫을 수 있는 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반만년의 한국사'를 한 코로 꿰뚫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있는 것은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는 무시무시한 '몰입감' 때문이다. 사실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몰입감'이기 때문이다.

 

  몰입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몰입은 한 편에 90분짜리 100부작 대하 사극조차 머릿속에 담고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시간으로만 따져도 9000분=150시간이며, 일주일에 두 편씩 본다고 쳐도 무려 50주=약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장대한 시간이다. 150시간을 '몰아보기'한다해도 6일 6시간이 소요되며, 수면을 고려해서 하루에 8시간을 시청한다고 해도 18일 6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몰입감만 충만하다면 그 장대한 드라마를 통째로 머릿속에 담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일반독자들이 1주일에 책 한 권을 읽는다고 가정해도 '반만년의 한국사'를 일주일만에 통달할 수 있게 하면서 더 방대한 역사책을 읽고 이해하며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면 반드시 필독서의 반열에 올릴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도 대단히 재밌고 흥미로운 역사책은 많았다. 하지만 시대별로 유행하는 '트랜드'가 있듯이 역사책에도 그런 트랜드는 확실히 존재한다. 역사책의 트랜드는 과거의 '백과사전'식으로 꽉꽉 눌러 담은 참고서스러움을 지나서, 역사책에 담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를 밝혀내는가 싶더니, 승자의 역사 뿐만 아니라 '패자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통섭의 역사책으로 트랜드가 변천해왔다. 그렇다면 요즘의 역사 트랜드는 단연 '분량은 짤막하지만 내용은 진국인 역사책'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1일 1지식'을 담은 <365일 인문교양서>가 대유행하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장점을 한 권에 녹여낸 것처럼 역사가 갖고 있는 재미와 흥미를 오롯이 담아냈고, 방대하고 복잡한 역사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서술했으며,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짤막한' 트랜드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제 막 역사에 흥미를 가진 일반독자뿐 아니라 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그러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교과서도 쉽게 이해하고 머리에 쏙쏙 기억 남게 될 것이며, 학창시절에 역사에 담을 쌓았던 일반대중도 뒤늦게나마 역사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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