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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3

[도서]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3

정재승 기획/정재은,이고은 글/김현민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간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어떤 분석을 할 수 있을까? 감정의 반대적 개념은 '이성'이라서 감정적인 표현은 이성적인 표현보다 낮은 수준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 까닭은 '감정'은 생각과 판단이라는 과정을 건너뛰고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본능'에 가깝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거운 감정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행동하는 것을 더 바람직한 행동이라도 여기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간의 감정은 정말 불필요할 정도로 뜬금없는 일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하기보다 침착하게 '이성적 판단'을 먼저 하라는 격언이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앞서 '욱하는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결코 인간답지 못하다 할 것이다. 태초의 인류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원만하게 무리생할을 할 수 있었고, 만약 '감정'이 없고 '이성'만 있었다면 불가능에 도전을 하는 무모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테니 거대한 문명사회를 건설하기는커녕 그저 '생존'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감정'을 통해서 서로를 돕고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류는 '질투'를 통해서 남들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했고, '즐거움'이란 마약(?)에 취해서 고된 반복노동도 힘든 줄 모르고 거뜬히 해냈으며, '슬픔'을 통해서 '감정의 쓰레기'를 토해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는 새 힘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긴 '하릴없는 걱정'만하면서 없던 걱정까지 싹싹 긁어모아 더 큰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걱정을 통해서도 얻는 긍정적인 것이 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덜하게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감정'을 나누면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지향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할 때,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볼작시면, '너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별개인 것이기에 함께 기뻐해야 할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비록 남일지라도 '함께' 기뻐해주면서 기쁨을 만끽하는 경험을 하면서 '감정의 긍정적인 면'을 터득하곤 했다. 이처럼 지구인은 '감정의 폭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의 유익함을 일찌감치 터득하고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감정'을 적극 표현하고, 때론 '감정'을 절제하면서 위기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

 

  이런 인간의 감정은 뇌에서 어떻게 조절하는 것일까? 뇌 속의 뇌하수체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데, 우리몸의 곳곳에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호르몬은 혈액과 림프절을 통해서 먼 곳까지 화학신호를 전달하는데 멀리 이동하기 때문에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되고, 신경전달물질은 뉴런과 뉴런 사이에 전달되는 화학신호 매개체로 이동거리가 비교적 짧아서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좋은 일이 생겼을 땐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행복한 감정이 빠르게 우리몸을 감싸고, 무서운 상황에 놓였을 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즉각적이고 오랫동안 감정을 안정시키며 위험상황에 대비하도록 한다. 또한, 화가 났을 땐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자 신경전달물질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고, 더욱 화가 나면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긴장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다른 감정에 무뎌지게 만들기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는 물불이나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게 만들곤 한다. 때론, 매우 신나는 상황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이 두근두근하면서 활력과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적당하게 분비되는 것에 실패하게 되면 감정이 폭주하게 되고, 심리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정신과치료'를 받으며 '약물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이 약물의 주성분도 바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신날 땐 '도파민' 쭉쭉, 짜증날 땐, '코르티솔' 솔솔 나와서 더욱 신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며, 슬플 땐 '세로토닌'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충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폭주'와 '심리불안'이 생겼을 때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물론, 너무 약물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뇌하수체를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감정조절'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은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에 의해 우리의 감정은 수시로 바뀌며 영향을 받지만,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뭐든 지나치거나 모자르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감정을 너무 절제하려고 들지도 말고,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지도 말도록 적절히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약물의 도움'도 받고 말이다. 우리는 '정신과 치료'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이성적 판단'의 도입이 시급한 편인 것을 긍정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 책속의 줄거리를 살짝 들여다보면, 지구를 탐사하는 '아우린 외계인들'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는데, 그 비밀임무가 바로 '지구정복'이었던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그래서 아우린 행성인들이 지구에서 정착하기 적당하다는 것이 판명된 지금 '지구인 절멸'을 결정했는데, 그 이유가 지구인들은 명확한 이성이 아닌 '불확실한 감정'에 휘둘려 살아가는 예측불가능한 존재인만큼 '아우린 행성인들의 이주'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좀더 신중히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탐사대'의 지구인 관찰은 조금 더 길어지게 되었지만...과연, 지구인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다음 편은 지구인의 '사춘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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