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책에서 '인간의 사춘기'를 다루면서 아우레인들의 지구 이주에 큰 걸림돌을 넘어 매우 위험하다(?)는 보고서를 아우레 본부에 보고한 '바바 요원'은 이번 책에서 그 '비밀임무'를 들키고 만다. 그간 '아싸 요원'은 바바의 비밀임무를 의심하며 증거를 찾고 있다가 이번에 '인간의 착각'을 다루면서 인간이 매우 위험하다는 자신의 판단이 실수인 것 같다며 '지구정복'을 미루어 달라는 보고서를 본부에 전송하려는 순간에 '아싸'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인간이 위험한 존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우레인의 지구정복이 결정되었다는 통보가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우레인들의 지구정복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뚜둔~
줄거리는 점점 뻔해가지만, 외계인의 지구정복 시나리오는 이미 여러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이미 많이 다뤘기에 그닥 신기할 것도 없을 정도로 흔해빠졌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도 뻔하다. 지구인이 슬기롭게 외계인의 침공을 막아냈다거나 '의외의 변수'가 생겨서 외계인이 물러났다거나, 그도 아니면 서로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게 되었다는...아무쪼록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인 관계로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결론을 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졌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재미가 '스토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과학에 관한 배경지식'을 넓히는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착각'을 다뤘다.
사실, 인간의 감각은 그닥 정확하지 않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감각은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바로 '감각의 착각'이 너무나도 흔해서 정확한 감각을 꼽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엉터리 정보를 뇌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착각'이 일상다반사란 말이다. 이를 테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느꼈지만 정확하게는 8초 동안 '지속'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거나, 2시간이 훌쩍 지난 것 같은 느낌적인 확신이 들어서 시계를 쳐다보니 고작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누구나 겪는 '시간 감각의 오류'다. 인간은 '재미난 일'은 시간이 후딱 지나는 것 같고, '지루한 일'은 더디게 시간이 지나는 것 같은 '부정확한 감각'을 타고나기 마련이다.
어디 그뿐인가. '눈속임'을 얼마나 잘 당하는지 돈을 지불하면서 '마술쇼(눈속임쇼~)'를 보러가서 시종일관 신기해하곤 한다. 또한, 1조가지가 넘게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기관'을 갖고 있음에도 냄새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손으로 뽑을 정도이고, 심지어 경험상 '뇌'로 인지하지 못하는 냄새는 맡은 적이 없다거나 맡아도 구별해낼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편이다. 미각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음에도 '맛을 구분'해내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심지어 다양한 맛을 섞으면 '원래의 맛'조차 알아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은 '시각'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 '레몬주스'를 빨간 색으로 만들면 '딸기맛'으로 느끼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지곤 한다. 또, 코를 막고 사과와 양파를 먹으면 양파를 사과처럼 먹으면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는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후각'을 함께 써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인간의 감각은 '생각'만으로도 심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영하 50도의 냉동창고를 청소하던 중 출입구가 닫혀 그 안에서 일하던 작업자가 얼어죽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다. 실제로는 냉동장치가 망가져 창고 안의 온도는 '영상'이었는데도 말이다. 죽은 작업자의 사인은 놀랍게도 '저체온증으로 인한 동사'였단다. 또, 절친한 친구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노인이 시름시름 앓다가 뛰따라 돌아가신 사건도 발생했단다. 평소에 앓던 병도 없으신 건강한 분이셨는데도 말이다. 함께 놀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에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고 더는 즐겁게 살 희망이 보이지 않자 '살 의욕'을 잃어버린 탓이라는 놀라운 진단결과가 더욱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은 매우 둔하고 엉터리며 '보고 싶은대로, 듣고 싶은대로, 심지어 하고 싶은대로' 제맘음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인간의 감각은 왜 이 모양일까? 온통 '부정확'한데도 쓸모가 있기는 한 걸까? 사실 '인간의 감각'은 훈련을 통해서 대단히 민감하고 정확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인간이 '감각기관'을 엉터리(?)로 사용하는 까닭은 감각의 부정확함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인생의 쓴맛을 견디고 이겨내면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상 알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오히려 낮추거나 무감각해짐을 선택하여 더 나은 결과, 또는 예상치 못했던 더 큰 이익을 얻고자 진화(?)한 결과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래서 '바바 요원'도 이토록 부정확한 인간의 감각능력이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힘든 상황을 이겨낼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며, 쓰디쓴 인생의 맛을 느낀 뒤에 더욱더 달콤한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비법으로 승화되는 것을 보면서, 지구인의 의외로 난폭하고 위험하지 않다는 긍정적인 면을 찾아낸 탓에 '지구정복'을 미루고 좀 더 지켜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일테다.
다음 책의 주제는 수업시간에 졸던 아이도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되살려내는 '성'이다. 과연 '지구인의 성'에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개봉박뚜~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