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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초등2학년 학생이 오자마자 책을 꺼내놓는다. 무슨 책인가 봤더니 바로 이 책이었다. 자기가 재밌게 읽은 책이니 선생님도 재미있게 봐달라면서. 성의가 괘씸해서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나도 어릴 때 공룡을 좋아했던지라 금방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공룡에 관심을 기울였을 때보다 공룡의 종류나 관련되어 연구된 내용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또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렵기만한 공룡이름도 아이들이 손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공룡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단순히 공룡의 사진과 이름만 나열한 다른 책과는 달리 공룡 한마리마다 자세한 형태와 습성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다. 더구나 공룡과 파충류, 또는 조류와의 차이점이라든지 티라노사우르스가 빨리 뛸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공룡의 멸종 등에 대한 최근 자료를 활용하여 설명해 놓은 것이 식상하지 않고 참신해 보였다. 또 가장 어려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센스까지.

그렇지만 <살아남기>시리즈가 가져온 일종의 반복적인 패턴이 눈에 거슬렸다. 작가도 언급하고 있듯이 공룡은 크게 용반목인 육식성과 조반목인 초식성으로 나뉘는데 그 중 육식성 공룡은 전체 공룡의 3%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육식성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렙터에게 내내 쫓겨다닌다.

물론 그 많은 공룡들을 한정된 만화컷에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있고, 아이들의 시선이 초식성 공룡보단 육식성 공룡에 매료되기에 그러한 편집을 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함에도 공룡의 잔인한 면만을 부각시켜 놓은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이보다는 이 책에서도 다루어진 티라노사우르스의 알지키는 모습, 마이아사우라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 등 양육되고 훈육시키는 과정을 통해 한 때 지구의 지배자로서의 역할을 좀더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주인공들은 쫓기고 또 쫓기는 통에 정신없었고, 나는 공룡에 대한 옛 추억을 더듬기도 전에 공룡에 의해 살육되는 장면과 공룡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죽창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는 모습 등에 혼비백산하였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꼭 살아남아야만 하는가? 마치 어린이들에게 현실이라는 살벌한 공룡세계에서 살아남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너무 일찍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 모두가 정작 원하는 삶은 <살아남아야 하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일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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