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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제목만 보고서 내용을 잘못 짚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요즘 ''인문학이 고사 상태에 빠져있다''는 심각한 사회 현상속에서 단지 <인문학>에 관심을 끌려는 여타의 책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이공계열전공''이라는 핑계로 위안삼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것을 보충해보자는 심사로 이 책을 읽으려 했던 점이다.

이 책에는 한마디로 인문학에 관심을 끌기 위한 재미있고 유쾌한 인문학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의도시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대신 한국 사회의 인문학 침체현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분이거나 이 땅에 빈곤을 종식시키고자 마음 먹은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또한 자기 스스로 지긋지긋한 가난을 평생도 모자라 자식에게 되물림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

얼 쇼리스가 말하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만만치 않은 방법인,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공부>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격증''이나 ''훈련''을 쌓는 공부가 아닌 ''인문학적 물음에 의문을 품는 것''만이 진정 빈곤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한다.

당장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지만, 조금만 따져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고픈 자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이 바로 얼 쇼리스가 말하는, 클레멘트 코스가 말하는 진정한 의의이다. 요즘엔 한술 더 떠 "물고기를 잡는 법보다 물고기 맛을 가르치라"는 말이 이 책에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가난한 자에게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 뿐이다. 이 효과를 지속시키려면 일을 해야 한다. 실제로 노숙자들에게 한 끼의 식사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단지 일자리만 제공한다고 가난한 생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원인인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더 중요하고, 이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 빈곤탈출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런 의욕과 깨달음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얼 쇼리스는 바로 <인문학>에서 그 길을 찾은 것이다.

먼 그리스 아테네 사람인 소크라테스가 사용했던 <산파술>은 소피스트(궤변론자)들을 골려주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무엇인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다. 얼 쇼리스는 이것을 중우정치에서 탈피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힘이고 이 민주주의를 이용해야만 빈곤탈출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어렵게 들릴테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공부하라는 말이다. 다시말해 물고기를 잡는 법(직업훈련)이 아니라 물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인문학)을 공부하라는 말이다.

이 땅에 이미 <클레멘트 코스>가 정착되었다. 이젠 활성화시키면 된다. 아니 활성화해야 한다. 꼭 빈곤을 탈출하는 방법으로서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연예인 뒤꽁무니나 정치인들 잘근잘근 씹는 것을 멈추고 인문학적 사고를 할 때에야 비로소 <대한민국>은 구차하고 빈곤한 모습을 벗고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새단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의 힘은 단지 개인적인 빈곤을 벗어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학문의 거친 대양을 향해 과감히 돛을 펼치는 용감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 남들이 잘 사는 모습에 진정 반했다면 질투와 시기만해서는 위로는 될 지언정 정작 잘 살 수는 없다. 잘 살고 싶은가? 부자가 되고 싶은가? 인문의 바다에 풍덩 빠져라.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방법을 모르겠다고? 책 한 권 손에서 떨어트리지 않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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