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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나라 빵 없는 나라

[도서] 물 없는 나라 빵 없는 나라

루이스 아마비스카 글/라울 구리디 그림/허은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글자도, 그림도 그닥 많지 않은 '그림책'이 뜻깊은 공감과 함께 긴 여운을 주는 경험을 곧잘 한다. 시어(詩語)가 글자만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면, 그림책은 한 컷에 담긴 풍부한 의미가 짧은 문장과 만나 깊고도 긴 여운을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가난과 기아 문제'를 다룬 책인줄 알았다.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으로 목마름을 해갈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소식도 들었고, 또,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갈등, 심지어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질병이 유행하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책의 시작은 '철조망'을 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슨 갈등 때문인지는 서술하지 않는다.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철조망이 처진 상황이 중요한 것이다. 처음엔 그닥 문제랄 것이 없어서 '철조망'으로 인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헌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 쪽에는 물이 부족하고, 다른 한 쪽에선 빵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물이 많은 나라에게 '물 좀 달라'고 말하지만, 철조망 건너에서는 냉담할 뿐이다. 또 시간이 흘러, 빵이 부족해진 나라에서 빵이 넉넉한 나라에게 '빵 좀 달라'고 말하지만, 예전에 물 한 방울 주지 않았던 나라에게 빵을 건네줄 턱이 없다. 그렇게 두 나라는 물이 부족하고, 빵이 부족한 채로 '불편'하게 살아 간다. 하지만 어른들의 싸움과는 별개로 물과 빵이 부족해진 어린이들은 철조망 사이로 서로 부족한 것들을 나누며 한 마디 건넨다.

 

  '어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는 사이에 또 다른 '철조망'이 세우는 어른이 등장하고, 그렇게 갈라진 철조망 사이에서 어린이들은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한심한 어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책은 끝난다.

 

  살다보면 싸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해'가 아닐까?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싸움의 기술은 능숙해지면서 화해는 왜 그 방법조차 까먹은 듯 싶어지는 걸까? 요즘 우리 나라의 국내 상황이나 북미간의 말싸움이 연일 관심사인 와중에 이 책이 주는 여운이 길어지기만 했다. 아무래도 '화해'라는 낱말조차 잊어버린 듯한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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