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대한민국 어린이가 학창시절에 해야할 과학공부는 '교과서'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또 '교과서'가 전부이어야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교과서보다는 '과학 관련서적'을 독서하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과학 관련서적'이라 함은 초등학습만화를 비롯해서 이 책([야무진과학씨] 시리즈)과 같이 초중등 학생들에게 과학의 기초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책을 말한다. 물론 칼 세이건이나 아이작 아시모프, 리차드 도킨스, 또 리처드 파인만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직접 쓴 과학책을 읽는 것도 매우 훌륭한 독서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매우 전문적이고 내용설명 또한 어려워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스스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적당한 책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깨알 같은 글씨, 부족한 삽화, 그리고 엄청난 두께가 '과학의 흥미'를 일깨워야 할 어린이독자들에게 흥미조차 생기지 않게 만들 위험마저 있으니 여러 모로 피해야할 독서법이고, 따라서 그닥 권하고 싶지 않은 책들이다.
한편 [Why? 시리즈]와 같은 '학습만화'로 과학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도 참 많다. 이 경우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쉽고 재밌기 때문이다. 또 독서의 부담을 낮춰주기 때문에 아직 독서습관이 길들지 않은 초보 독자들에게 효과도 좋고 과학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만화책은 지식과 정보를 담기에는 매우 적은 그릇(분량)이다. 또, 작은 그릇에 길들어버리고 그치면 훌륭한 독서가가 되기도 힘들기 때문에 학습만화로 흥미를 끌어낸 다음에는 꼭 '줄글'로 설명이 충실한 과학 관련서적을 읽어줘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과학 관련서적'을 읽으면 좋을까?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가 생겼기에 이 리뷰를 올린다. 바로 [야무진 과학씨]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과학을 '빛', '열', '힘' 등과 같이 나누어서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시킴과 동시에 기본 개념에서 연결되는 '전기', '화산', '지진' 등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과학 개념의 확장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이런 설명방식이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서 선보여지는 '학년별 교과서'에서 다루는 과학정보를 열거하는 방식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얼핏 분간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에는 그래봐야 '초등교과서' 어려워봐야 '중등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별것 아닌 것 같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통합교과'나 '교과융합'과 같은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또, 최재천교수는 '통섭'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교과간의 경계', '학문 사이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면, 가수가 노래만 부르고 연기자가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수학자가 음악을 작곡하면 어떨까?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듣고 있는 '도레미~' 8개의 음계를 한 옥타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먼 옛날 피타고라스라는 수학자가 계산(?)해서 멋진 화음을 선보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오늘날 '화성악'이라고 하는 음악의 기본, 역시 그 바탕에는 '수학의 개념'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뛰어난 수학자가 만든 음악이 남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을 해부하고 수술하는 의사가 조각가가 된다면 어떨까? 아름다운 풍경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가 법조인이라면, 경영과 사학을 전공한 외교관은 어떤가...예를 열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듯 싶다.
내가 어릴 적에는 과학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배웠다. 하지만 요즘엔 '과학1/과학2'와 같이 세분하였던 과학과목을 뭉뚱그려놓고 화학의 개념을 이용한 물리문제, 또는 지구과학개념을 화학의 지식으로 활용하여 푸는 생물문제 따위가 심심찮게 출제되곤 한다. 즉, 하나의 과목만 잘해서는 문제를 풀기는커녕 접근조차 힘들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학습은 [개념이해]를 완벽하게 한 뒤에 [개념응용 또는 활용]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보면, 요즘 학생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 어릴 적에야 맹목적으로 외우고 시험본 뒤에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소모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에 나와서는 쓸모없는 시대를 살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올바른 학습법에 익숙해져서 꿈을 실현할 나이에 제대로 펼쳐보일 수 있는 교육을 해야하는 유익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우리 나라 교육세태는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는 역설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말이다.
어쩌다보니 심각한 교육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지만, 그만큼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팠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이 돋보인다. 개념에 충실하면서도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은 설명이 눈길을 끌며, 과학지식을 '스토리'에 흠뻑 녹여내어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아주 흡족했다. 아쉬운 점은 출판년도가 2011년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좀 '낡은 지식'일 거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7차교육개정 이후에는 수시개정으로 바뀐 탓에 2007년도 이후의 교과서는 그닥 달라진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초 개념'은 변함 없다는 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초 개념'을 풀어 설명하는 방법 따위...다시 말해,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큰 변화는 없지만, 선생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점이 '수시개정'의 핵심이다.
암튼 그 가운데 이 책은 '소리'에 관한 과학을 풀어내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소리'에 관한 지식은 얼마큼일까?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을 아이에게 권하기 위해 먼저 읽은 학부모 독자가 먼저 깜짝 놀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소리 없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시작하는 책내용에 미래의 인간 모습이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어낸 기발함에 깜짝 놀라고 난 뒤에야 배운 적도 없는 '소리 과학'에 관한 흥미를 느끼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흥미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말하며 무릎을 탁하고 칠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무릎을 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