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볼 수 없는 세상'이라니, 처음엔 그 뜻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소식도 접하는 시대이고, 또 그로 인해서 전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나라가 점점 많아진다는 뉴스를 보는 것도 심심치 않으니 그런 내용을 담은 '경고'의 책으로 처음엔 느꼈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르는 문구도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 였으니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책이라고 단단히 오해를 했더랬다.
그런데 웬걸! 책의 시작은 난데없이 지구의 역사와 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과학책'이었다. 아니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인류의 역사까지'를 다룬 '빅히스토리' 역사책의 그것과 너무 닮았었다. 책도 그닥 두껍지 아니한 이 책으로 빅히스토리를 담겠다는 심산인가 싶어서 글쓴이의 배포를 높게 삼음과 동시에 책 내용은 또 다시 전세계 물의 축제를 소개하며 물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도 쓰려는 것인가 싶어서 글쓴이의 집필의도를 몰라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뒤에 이어진 책 내용은 예상대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로 물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서 많은 나라들이 물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물 아껴쓰기를 실천해야 바람직하다는 내용으로 책을 마무리 하였다. 그야말로 [물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내용이었다.
책을 덮고나니 '물을 물로 볼 수 없는 세상'의 뜻이 무엇인지 분면해졌다. 우리가 흔히 하찮게 여기는 것을 빗대어서 '물로 본다'라고 표현하는데, 이제는 물을 물로 보는 세상은 한물 갔다는 표현으로 제목을 삼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간추리면, 물은 우리에게 소중하다.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물을 소홀히 대해 왔다. 앞으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다.
물론 십분 공감한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린이를 독자로 삼은 책을 이렇게 무겁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아무리 요즘 어린이들이 무서븐 것을 상실하였다 하더라도 어린이는 어린이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까닭에 말 안 듣고 어른 무서븐줄 모르는 어린이에게 충격요법을 쓰기도 하지만...그때뿐. 곧 그 충격이 충격이 아니게 되어서 더 큰 충격을 줘야하는 악순환에 골머리를 썩은 적이 한둘이 아니었었다. 결국에 어린이에게도 유일하게 통하는 방법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이 내게 줬던 울림은 무척 컸다. 한창 체벌금지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었을 때에도 말 안 듣는 애한테는 맴매가 보약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딥 임펙트가 따로 없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은 맴매를 드는 일을 일절 없앴다. 애꿎은 책상과 자만 아야아야하고 있지만 말이다.
좋은 책일수록 읽는이에게 큰 울림을 준다. 비록 그 울림의 형태는 다를지언정 무서움에 벌벌 떨며 어쩔 수 없이 실천해야 하는 방법으로는 그 울림을 크게 키울 수도 없고, 긴 여운을 줄 수도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지식적인 면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울림을 주는 방법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