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읽는 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아버지가 약간 황석영작가보다 위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겹친다. 작가는 만주에서 출생을 하고, 나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출생을 하고, 해방 후 귀국, 그리고 혼란기와 한국전쟁을 겪는다. 이후 슬프게도 아버지를 청소년기에 잃는다. 작가의 방황이 아주 극단적으로 진행된다. 어머니에게 속을 많이 썩이는 아들이었겠지만, 본인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엄청났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어린 시절에 겪지만, 4월 혁명은 머리가 큰 이후에 겪게 되는 사건이다. 서울에 있는 명문학교에 다닌 작가는 419에 연결되게 되며, 그 중 친구를 잃는 사건을 겪는다. 이후 한일국교정상화 시위까지 계속 연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가운데 구치소에서 만난 선배와 일자리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된다. 신탄진에 있는 담배공장에 공사를 하게 된다. 여기서 그 당시의 노동 일자리와 부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신탄진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 금강에 대한 추억이 생각났다.
작가가 또 하나 역사적 사건에 빠져드는 것이 베트남 전쟁이다. 처음에는 야전군으로 있다가, 얼마후에 조금은 안전한 군 수사대에서 일을 하게 된다.
군 제대 후, 본격적인 작가가 된다. 수입이 안정적으로 된 것은 "장길산"을 한국일보에 연재할 때 이후인 것 같다. 한국일보의 장기영 사장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의 호탕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안정된 집필 활동을 위해 해남으로 이동하여 살게 되는데, 박정희 유신시대에 저항하는 농민단체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이 전에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작은 조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생과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여준다. 손학규와의 에피소드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노동운동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 당시의 노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경해야 하겠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아무래도 80년 광주로 향하고 있다. 해남과 광주에서 살면서 작품도 쓰고, 민주화 운동도 하는 사람이다 보니, 80년 광주의 많은 인물들과 겹친다. 실제로 대학생 그룹과는 얼마나 친했는지 알 수 없지만, 김남주 시인과 윤한봉이 많이 겹쳐서 나온다. 5월 당월에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다시 생각하기 싫어 건너 뛰었다. "넘어 넘어" 책이 나오는 과정과, "임을 향한 행진곡"이 나오는 부분은 당사자의 회고로 좀더 나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후 작가는 사면으로 석방되었다. 김영삼 대통령 5년을 꼬박 감옥에서 고생하신 것이다. 문민정권이 민주화 인사를 사면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대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공주 교도소의 기간이 참 지루하고 오래 걸린 것 같다. 그전의 서울 구치소는 인물도 많고 재미있었는데.
에필로그를 보면 이 자서전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나오게 된 것이 나온다. 다소 늦게 나온 감은 있지만 약간은 품질이 좋아져서 나와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이 촛불운동이 벌어지고, 최초 대통령 탄핵이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진 이후에 나왔다.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이 결국 한국 현대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해방, 대한민국의 수립, 남북전쟁, 419, 516, 한일국교정상화, 베트남 파병, 전태일 열사, 유신과 긴급조치, 광주민주화, 통일운동에 모두 관계되어 있다. 어떤 부분은 굉장히 유머러스 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한 사람이 많은 사연과 역경을 지나오면서 살아가고, 나라의 역사도 그러하다.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책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