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었다가 울었다가 하면서 읽었다. 전체 내용은 참 슬픈 내용인데, 작가가 위트있게 분위기를 올려 놓는다. 한마디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후 약 3일의 장례 절차를 담았다. 아버지의 장례이기 때문에, 아버지와 관계된 분들이 조문을 다녀가시고, 아버지의 생애와 조문오신 분들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중 가장 관련이 있는 사람은 가족이고, 당연히 아버지의 딸일 것이다. 딸이라고 아버지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딸이 보는 아버지가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하나의 몸이지만, 여러 수백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성격을 하나씩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남북전쟁이 나기 전에 이미 빨치산 활동을 하고 계셨다. 대충 해방 후 여순반란 이후로 추정할 수 있다. 어머니는 남부군이라고 출신이라고 하니, 지리산 근처에서 활동하시고, 아버지는 구례여서 가까운 백운산(백아산) 출신이라고 한다. 당연히 전쟁 후에 두 분이 만나 결혼하시고 딸을 산의 이름을 따서 아리라고 명명하고 3가족이 고향 마을에서 살아왔다.
슬픈 가족사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을 죽인, 혹은 상대편을 죽인 마음의 원수로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내전 혹은 게릴라전의 아픈 점이다. 그리고 연좌제. 일가 가족들의 모든 공직으로 향한 진로를 가로 막는다. 빨갱이 삼촌 때문에 출세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빨갱이 동생 때문에 아버지가 죽고 만 것이다. 그래서 가족의 갈등이 오래동안 내재되어 있다가, 장례식을 통해 풀어진다.
좌우 사상은 달라도 중요한 것은 인품이다. 아버지가 훌륭하게 사신 것은 좋은 인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잘 봉사했던 것이다. 본인의 이익이 생기는 것도 없이 이웃의 이익에 더 공헌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으로 불러지는 것이다. 좀처럼 따라 할 수 없는 품격있는 인품이고, 아버지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아버지의 딸이 파혼을 당하는 장면 등은 매우 긴장감이 넘치는 극적인 이야기이다. 이것을 좀더 극적이고 긴장감 있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주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드라마작가가 각색을 한다면 시리즈물을 충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이미 60 가까운 분이고, 빨치산에 대한 소재가 한계인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작가가 소개해줘서 더 유명해졌고, 이 소설을 계기로 소위 유격대 빨치산의 역사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태의 남부군,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정말 옛날 작품이 되었다.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매번 눈물 글썽이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아버지가 고문당하는 장면, 다시 감옥에 가면서 딸과 유대가 끊어지는 장면, 동생이 교실에서 형 자랑을 하는 장면, 고딩 청소년과 담배를 같이 피우는 장면, 유물론자로서 사후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장면 모두 눈물나는 장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