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Howard Zinn)이 어제 수요일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이분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존경하는 분이라 슬프고 안타깝다. 명복을 빌며 하워드 진을 기억하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오만한 제국 - 시민불복종을 배우다.
하워드 진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오만한 제국을 통해서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만한 제국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에 대해서 그 동안 배워왔던 것과 막연한 생각은 자유민주주의의 상징국가이고 정치적으로 잘 되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이 그 전까지의 민주주의의 상징 국가라기 보다는 패권을 가진 제국이라는 좀더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배운 키워드는 시민불복종이라는 단어이다. 사실 그 전에는 불복종이라는 단어가 주는 나쁜 의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양심을 저버리는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자랑스러운 시민불복종인 것이다.
하워드 진의 경향신문의 인터뷰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선거와 투표행위가 아니라, 시민의 강력한 요구이고 조직적인 사회운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양심의 소리이고 이것이 시민불복종이라고 본다.
(인터뷰 인용)
-미국 정치제도에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요.
“미국 역사에서 어떠한 중요한 변화도 순전히 선거와 투표행위의 결과로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흑인노예, 노동조건 개선, 남부의 인종차별, 베트남전 종전 등이 그랬죠. 제도 정치권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조직적인 사회운동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제도정치는 늘 사회운동이 일종의 국가적 분위기를 조성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도정치는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지 않습니다. 시민의 요구가 충분히 강할 경우에만 반응합니다.”
2)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삶의 본보기
그의 자서전과도 같은 긴 제목의 이 책을 보면서, 그가 살아온 미국의 현대사와 그 속에서 저자인 하워드 진은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가 2차 대전의 병사로서 복무하기도 했지만 군대 전역자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을 들어가서 졸업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빛나는 것은 남부로 가서, 당시 뜨겁게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운동이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당시 흑인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시민 운동가들이 있었고, 그 중 일부는 테러를 당하기도 하는 등 고초를 많이 겪었다. 또 하나 그가 참여하는 지식인으로 빛나는 것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한 것이다. 베트남 전쟁 자체가 미국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 책에서 제목을 봐서도 알겠지만 침묵하는 것은 사실상 중립이 아니고, 강한 쪽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하면서 중립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하워드 진의 인생을 보고 그가 언행일치가 되는 실천하는 지식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달리는 기차위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고 왼쪽에서 소리를 내어 지른다. 소금같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3) 미국 민중사
아직 읽지 않는 책이다. 하워드 진을 대표하는 저작물인데, 차일피일 언제가는 읽겠지와 미국 역사까지 읽어야 하나를 갈등하면서 계속 미루어두고 있다. 올해안에는 꼭 읽어야지 하고 결심해본다.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하워드 진이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이분의 여러 저작물들이 나와있고, 또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앞에 소개된 책을 한번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의 경우에는 오만한 제국을 통해서 세상 보는 눈이 바뀐 경우이고, 뭔가 강한 충격을 받는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워드 진 선생님 영면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