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본으로 출장을 잠깐 갔다오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가기 싫다고 버티다가 윗분이 정중하게 다녀오라고 해서 가게되었다. 일본 담당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당일 오전에 가서 오후에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두군데 미팅이 있는데 그냥 오후, 다음날 아침에 하자고 하고 1박 2일로 간다고 하고 다녀왔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타고 갔다 왔는데, 갔다온 느낌으로는 충분히 하루 출장도 가능할 것 같고, 오히려 부산보다 도쿄가 더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인천으로 공항이 옮겨지고,국제선으로 김포는 처음이었는데, 10년전에 공항 그대로였다. 옛날 생각이 소록소록났다.
오전 미팅이 끝나고, 할일도 없고 해서 우에노가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전에 일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오래동안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무실이 우에노에 있었다. 그리고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하면 우에노 공원으로 산책을 가곤 했었다. 그리고 로뎅의 지옥의 문도 한번 보고 싶었다.
비가 내린 평일 오후의 우에노 공원은 한적했다. 미술관 앞에 있는 조각들을 한번씩 쭉 돌아보았다.


우에노 공원은 벚꽃이 필 때 가야 되는데, 아직 벚꽃 피는 우에노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우에노가 익숙하고, 사람들이 없어 한적하여 오히려 약간은 슬픈 느낌이다.
공원을 벗어나서, 예전에 묶었던 호텔(지내는 날이 많아서 정이 들었다.)과 식당들을 돌아 보았다. 우에노에 있는 한국 식당들은 여전한 것 같았고, 심지어 거리에서 한국어로 주고 받는 상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옛날 식당들 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식당들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었고, 좀 큰 규모의 스파게티집과 회전초밥집, 비빔밥집은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과 자판기들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예전 사무실 자리에 가서 사무실도 한번 보고 하면서 8년 전의 고생하던 모습도 떠 올랐다.
일본일을 떠날 때는 아쉬운 마음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일본 생각이 나곤 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스트리트뷰로 가끔 찾아 보곤 했었는데, 실제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이번에 가보고 알았다.
막막하고 답답했던 나에게 한줄기 바람같았던 우에노 공원에서의 산책. 이국에서 말도 안 통하지만, 눈빛 하나로 통하고 웃음으로 반겨줬던 식당과 호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한 줄기의 빛이었는가 보다.
나의 청춘의 한 자락이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고, 이제는 추억으로 존재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