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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 화가인 나혜석에 대한 평전이다. 나혜석이 동경 유학을 하고, 아마 최초로 개인전을 열고, 미술전에서 연속 수상을 하는 화가여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공개적으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밝히고, 그리고 종교 지도가인 최린과의 불륜에 대한 소송을 하여, 당시 가십 거리를 제공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녀가 에세이를 통해 내어 놓은 문장인 정조가 취미다가 자극적으로 받아져서, 오히려 피해를 많이 본 것 같다.

 

 나혜석씨가 보통의 여자와 다른 길은 회화를 전공하는 일본 유학과, 결혼 이후에서도 작품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당시 신여성 중에 유학을 다녀오고, 작품활동을 하는 극히 드문 여성일 것이다. 그래서 기존에 일반적인 여성에게 요구되는 관습에 대한 자각과 저항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림을 통한 활동 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하여 여성문제를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는 국문학과 출신이고, 이미 나혜석 전집을 낸 사람이여서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의 마음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내가 보기에는 성공적이다. 그래서 그녀의 초기작 <경희> 그리고 <원한> 등의 소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일반적인 여성상과 나혜석이 가고자 했던 길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느낀 것은 여성의 임신에 대한 태도이다. 결혼 후 임신이라는 것이 갑자기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며, 육아에 있어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느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이 구십년 정도 지났다고 크게 바뀐 것은 아닌 것 같다.

 

 나혜석씨 개인의 전성기는 일본 유학시절에서 돌아와서 결혼과 결혼 후 10년 과정인 것 같다. 조선 미술계에서 몇 안 되는 화가로 활동하고, 중국 안동(단동)에서 외교관 부인으로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외교관 활동의 결과로 돌아오는 일본 정부의 보상 세계여행을 하는 등 인생으로 보면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의 돈 보다는 가족이 모아 놓은 돈으로 여행을 갔다 왔다.)

 

 나혜석씨가 파리에서의 여행 시절은 그녀의 최고 황금기였을 것이다. 그녀가 파리에서 최린을 만나 불륜을 저지르고, 나중 이혼을 당하는 것도 절정기여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전혜린이 매번 슈바빙의 자유와 낭만을 이야기하고 유토피아로 생각했듯이, 나혜석은 평생 파리를 잊지 않고, 파리에 가서 살려고 했지만, 결국 다시 가지는 못했다.

 

 이혼의 과정은 조선의 일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시집 식구들에 의한 강요, 그리고 남편의 외도와 무시로 인해 내침을 당한다. 재산분할에 대해 요구를 하지만 결국 무일푼으로 쫓겨난다. 나중에 자식을 만나는 것도, 일본 고위 관료인 남편의 저지에 의해 만날 수 없는 형태가 된다. 이후 수년간은 작품활동을 하여 작품을 남기고 명성을 날리지만, 굴레인 불륜에 대한 문제와 그리고 그 불륜 과정을 잡지에 소개함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결국은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정리를 해 보면, 조선의 여성은 조선의 남성과는 다른 존재였다. 나혜석씨 아버지만 하더라도 첩을 두고 있었고, 일방적인 정혼에 의한 결혼을 하였다. 그렇게 보통 사람으로 살았으면 어떤 인생을 살지 모르겠지만, 남녀평등에 대해서 강한 소신과 주장을 하였다. 그 당시의 일본의 이데올로기인 현모양처에 대해서 현부양부는 왜 없냐고 주장한 당찬 여인이였다. 그녀가 정조에 대해서도 남자는 정조를 지키지 않는데, 여자에게만 정조를 지켜야 하는 것이냐고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결국 시대를 앞서나간 로라인 셈이다. 인형의 집을 나갔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에는 부족했다.

 

 사족으로 나혜석 하면 연애박사로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연애했던 사람들이 요절한 최승구씨를 제외하면, 남편인 김영우, 유명 소설가 이광수, 종교 지도자 최린 모두 일제 시절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지금도 일급 친일자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유명해 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혜석도 일본의 이용가치에 따라 충분히 친일의 길을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10년대 20년대 인물들이 많은 사람들이 친일 명단에 올라가 있는 것은 안타깝다.

 

(중앙 M&B <나혜석 평전>을 이어 읽었는데, 지금 한길사판 이 책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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