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나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온 생애가 우리나라의 역사이며, 우리나라의 정치사임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와, 태평양 전쟁에 나갈뻔한 이야기, 해방 이후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625 한국전쟁에서의 생사를 오가는 위험했던 순간, 이승만 독재 정치에 대항하는 정치 신인, 장면 총리의 사랑스러운 대변인, 516 군사 쿠테타로부터 시작되는 정치적인 시련, 김영삼과의 승부를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사건, 그리고 박정희와 한판의 승부와 패배, 유신정권에서의 어려움, 짧은 서울의 봄과 긴 군사독재 기간, 629와 육 공화국 출범, 두 번의 실패와 마지막 승리. 적고 보아도 길다.
이 책은 한국의 현대 역사를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쭉 지나쳐오는 과정이다. 개인의 자서전이라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어나,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정치사적 흐름만 있다. 굉장히 조심해서 쓴 느낌이고, 그 만큼 특별한 사건을 언급하거나(우리가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건) 개인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서전의 특성상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정적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다 전직 대통이다.)에게는 좀 차가운 느낌이다. 자서전임을 감안하고 읽을 만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김대중이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첫째 똑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그가 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하였으며, 정책 수립과 결정 등에 밝았던 것 같다. 둘째 승부수와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하고 4번의 낙선 후에 한번의 승리를 하게 된다. 옛날 정치가 돈이 많이 들었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에는 성공을 한다. 셋째 진보적인 사람이다. 반면에 이 책을 통해서는 인간관계를 거의 알 수가 없다. 그의 정치적 동지 몇 명이 언급되긴 하지만, 동지들과의 관계에서 인간미를 표현하는 부분이 약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 6월 항쟁 이후의 야권에 분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냐였다. 나의 정치적 첫번째 패배였고, 그 패배가 양김의 분열에서 있다고 보았기에, 양김중 한 분인 김대중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가졌고, 또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였다. 글을 읽으면서 정치가가 어느 정도 자기애가 있어야 하지만, 역시 자기중심적이다는 생각이었다. 실망했다. 하지만 5년 뒤에 (조금 다른 식이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되고, 다시 뒤를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되니, 길게 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게 된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룩한 정책 중에 큰 것이, 여권향상을 위한 가족법 개정이었다. 이 부분 (자서전만 보면) 그 분의 정치력으로 이룬 것 같다. 또한 지방자치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공이 크다. 그리고 이 분이 지역감정에 가장 큰 희생자임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지역감정만 없었으면, 아니 호남 출신만 아니었으면 쉽게 대통령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역감정을 없애는 방법이 뒤에 나오겠지만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 정치의 굴곡과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행에 대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한 한국정치사에서 일어났던 불행들 (4월혁명,516,한일협정,3선개헌,유신,광주항쟁)에 대해서 읽으면서 가슴이 짠했다. 대통령이 훌륭하신 것은 당신의 별명 행동하는 양심이고, 군사독재에 대해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항거한 것이다. 인동초이고 행동하는 양심이다. 위대한 정치가이고 위대한 스승임에 틀림없다.